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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끊어내기로 했다 - 내 발목을 잡는 가족에게서 벗어나 죄책감과 수치심에 맞서는 심리학
셰리 캠벨 지음, 제효영 옮김 / 심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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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조심해야 할 악의 수렁은 세 곳이다. 학교, 직장, 그리고 가정. 이중 가장 끊어내기 힘든 악의 수렁이 바로 가정이다. 학교와 직장이 악의 수렁이라면 전학과 이사가 최후의 카드로 쓰일 수 있다. 하지만 해로운 가족과 관계를 완전히 끊는 일은 알콜 중독이나 마약 중독에서 벗어나는 것보다 더욱 어렵고 고통스럽다. 악의 수렁이 된 가정에선 온갖 몹쓸 일들이 노골적으로 자행된다. 정서적 학대와 조종, 경제적 학대, 신체 학대, 성적 학대, 중독과 방임, 자신과 다른 가치나 상반되는 가치를 강요하는 행위, 사생활이 거의 없는 환경, 가족 구성원을 전반적으로 존중하지 않는 태도, 서로에 대한 믿음과 정직함이 없는 관계, 가족 전체가 한 사람을 배척하는 집단행동, 험담 등이 대표적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셰리 캠벨은 화재나 지진 같은 심각한 재난 상황에서 구출된 이들을 생존자라고 부르는 것처럼, 사사건건 내 발목을 잡는 해로운 가족과의 관계를 정리하고 나선 용감한 이들을 '학대 생존자'라고 부른다. 저자는 부모, 형제, 성인 자녀 그 누가 되었든 해로운 가족과의 단절은 자신을 보호하고 해방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단언한다.
"해로운 가족과는 관계를 끊어도 된다. 여러분의 행복에 계속해서 해가 되는 사람은 그게 누구든 관계를 정리해도 된다. 화가 나면 화내도 된다. 자신을 챙기고 필요한 것들을 얻어라. 상대가 용서해달라고 해도 순진하게 다 받아주지 않아도 된다. 내 인생은 내가 선택한 방식으로 돌봐도 된다. 나를 지키려면 그런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고 일일이 이유를 설명할 필요는 없다."(19쪽)
육체적 심리적 학대를 가하는 가족과 스스로 연을 끊은 후에도 여전히 죄책감과 수치심에 시달리는 생존자들이 적지 않다. 과도한 죄책감과 해로운 수치심은 학대의 파괴적인 결과다. 과도한 죄책감은 생존자의 주도성과 소속감을 앗아가고, 해로운 수치심은 자신은 아무런 가치가 없는 존재라는 비이성적인 생각과 굴욕감, 자기혐오를 지속시킨다. 그래서 저자는 발달심리학 이론을 토대로 해로운 수치심과 죄책감에서 벗어나는 점진적 과정을 소개하고, 아울러 '선물과 카드, 경제적 학대, 가족의 질병과 사망' 같은 '2차 가해 상황'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조언한다. 일테면 2차 가해를 기억을 되짚어보는 계기로 여기거나 반응하지 말고 침묵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강력한 대처법이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