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너가는 자 - 익숙함에서 탁월함으로 얽매임에서 벗어남으로
최진석 지음 / 쌤앤파커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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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최진석은 '경전'이란 자기 소명이 무엇인지 발견하고, 그것을 실행하는 데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 그가 세상의 수많은 경전 중에서 단 한 권의 경전만을 선택해야 한다면 《반야심경》을 택하겠다고 고백한다. 저자는 반야부 대표 경전인 《반야심경》을 양자역학과 같은 만물의 형성 원리를 다루면서 동시에 도그마에 묶이지 않고 나만의 신화를 쓰는 주체적인 삶의 태도를 전하는 철학서로 자리매김한다.

《반야심경》이 전하는 삶의 자세를 "익숙한 이곳에서 새로운 저곳으로 건너가는 태도"로 요약한다. 한마디로 말해서 '바라밀다/건너가기'이다. 소유(소유적 태도)에서 무소유(존재적 태도)로, 익숙함에서 탁월함으로, 얽매임에서 벗어남으로 건너가는 적극적인 삶의 태도를 지닌 성실한 실천자, 이른바 '건너가는 인간'이 바로 《반야심경》에서 말하는 바람직한 인간상이다. 저자에 따르면, "어디에 서 있건 지금 이 자리에서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을 바탕으로 해서 다음을 도모하는 것, 익숙함을 뒤로 하고 낯설면서도 위험하고도 해석되지 않은 곳으로 건너가는 용기 있는 동작, 이것이 바라밀다"다.

대승경전은 크게 방등부, 반야부, 열반부, 법화부, 화엄부로 구분된다. 불교의 핵심적인 이치인 '공' 사상이 집약된 《반야심경》은 반야부에 속한다. 이 경전의 정확한 명칭은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이다. 제목을 포함하면 총 270자, 제목을 빼면 총 260자로 이루어진 짧은 텍스트다. 전술했듯이, 반야부 경전은 모두 공사상을 강조한다. 그래서 '반야공 사상'이라고도 한다. 불교에서 말하는 공은 "무엇도 그것을 그것이게 하는 성질을 근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원래 그러한 성질인 것은 없다"는 뜻이다. 즉, '본무자성'을 기호로 나타낸 개념어가 바로 공이다. 존재의 비실체성을 강조한 공사상의 이면이 바로 인연에 따라 잠시 관계를 맺고 엮이는 방식에 따라 존재한다는 '인연생기'다. 그리고 인연생기의 모습을 열두 단계로 분석한 것이 바로 '십이연기'다.

십이연기는 무명(무지), 행(지음), 식(의식), 명색(정신·물질현상), 육입(여섯 장소, 여섯 가지 감각기관: 안이비설신의), 촉(접촉), 수(느낌), 애(갈애), 취(집착), 유(있음), 생(태어남), 노사(늙음·죽음)를 말한다. 십이연기를 다시 네 단계로 축약해 놓은 것이 '고집멸도' 사성제다. 제행무상, 제법무아, 일체개고라는 삼법인과 고집멸도라는 사성제, 그리고 십이연기는 붓다가 인간 삶에 대해 내린 해석이자 치유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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