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가 일각돌고래라면 -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편견에 대하여
저스틴 그레그 지음, 김아림 옮김 / 타인의사유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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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철학은 인간을 만물의 영장으로 보았다. '호모 사피엔스'라는 말처럼, 인간의 인지와 지능이 다른 동물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생각은 종교와 신화 버전의 인간론에서 가장 화려한 꽃을 피웠다. 단군 신화나 기독교 신학에서 말하는 '하느님의 아들'이나 메시아설이 그러하다. 이어서 계몽이성과 상상력을 강조한 근대 철학은 인간의 이성과 지성도 탁월하지만 희로애락 같은 감정이나 감수성까지도 여타 동물들과는 차원이 남다르다는 생각을 품었다. 그래서 인간은 고통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신학 버전은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자기계발 논리로 자연스레 계승되었다. 또한 '호모 파베르'라는 말처럼, 인간은 불과 도구를 사용하고 언어 기호로 의사소통한다는 점을 들어 인간은 동물계에서 남다른 우월한 위치를 차지했다. 하지만, 영장류나 돌고래류 같은 동물의 의사소통 및 행동과 인지를 연구하는 현대 동물행동학자는 그런 철학계의 오랜 인간 예외주의에 딴지를 건다. 동물학자의 눈에, 인간은 잘해야 '양복을 입은 고등 침팬지'에 불과할 뿐이다. 아니면, 생물학자 저스틴 그레그의 표현처럼, 제 꾀에 결국 자기가 넘어가는 '왜? 전문가'다. 창조에 남다른 종은 파괴에도 남다른 면이 있기 마련이다.

저스틴 그레그는 동물의 마음과 인지 심리학의 최신 연구에 기대어 인간 지능의 우월함, 가령 인간만은 예외라는 인간 지능 예외주의에 딴지를 걸고, 지구를 공유하는 다른 동물들의 지성과 인지에 보다 열린 시선으로 접근할 것을 요구한다. 저자는 인과적 추론능력을 지닌 호모 사피엔스를 '왜? 전문가'로 지칭한다. 하지만, 인간의 지적 우월함은 '왜? 전문가'의 환상이고 착각에 불과하다. 또한 거짓말이나 도덕적 추론 같은 인간의 인지력에 기반을 둔 그런 특성이 오히려 인류를 궁극적으로 몰락시킬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가령 오성에 기반한 인간의 도덕 체계가 역설적으로 차별과 혐오, 감시와 처벌을 정당화한 수단으로 남용되었고, 현대 과학과 수학의 성과로 발견한 원자는 결과적으로 최악의 전쟁 무기로 전락했다.


"우리는 인간의 지성을 활용해서 우주의 비밀을 캐내고 생명의 연약함과 덧없음을 전제로 하는 철학 이론을 만들 수 있으며 종종 실제로 그렇게 한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그 비밀을 이용해 죽음과 파괴를 일으키거나 그 철학을 왜곡해 스스로의 야만성을 정당화할 수 있고 실제로 그렇게 하고는 한다."(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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