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님의 선(禪) 명상
영화 지음, 윤희조.박재은 옮김 / 운주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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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뇌는 소음통이다. 조정 안 된 라디오 주파수처럼 지지직거리기도 하고, 공사판의 둔탁한 소음처럼 시끄럽다. 명상 경력 삼십 년이 훌쩍 넘은 내 머리도 가끔가다 황사가 급습한 대기질이나 물안개처럼 흐리다. 코로나19의 끔찍한 후유증인 '브레인 포그' 때문이다. 코로나로 죽다 살아난 것치고는 그나마 가벼운 후유증이랄 수 있지만 집중력과 기억력엔 치명적이다. 그래서 명상처럼 뇌력 발달에 유익한 행위에 더욱 매달리게 된다.

그동안 명상을 다룬 책만 수레 가득 읽었다. 그럤더니 알겠더라, 명상도 유행을 탄다는 것을. 좌선에서 행선으로, 행선에서 일상선으로 이동하는 추세다. 요즘은 명상 자세에 유연하고 너그럽다. 토굴이나 선방에서 대나무같이 꽂꽂하게 결가부좌를 하고 날밤을 지새면서 좌선하는 것보다 그냥 안방에 편히 드러누워 십여 분간 만트라나 긍정확언을 하는 것이 요즘의 명상 트렌드랄까. 게다가 스트레스가 유난히 심한 사업가나 연예인들이 명상에 뛰어들면서 명상이 일종의 잘나가는 '반짝 아이템'처럼 되어버렸다. 리얼리티 쇼에 나오는 연예인의 소꼽장난같은 일일 명상을 보라. 하기사, 이런 게 다 명상의 대중화에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지만, 연예인들의 흔하디 흔한 '이미지 메이킹 도구'로 전락한 측면도 없진 않아 씁스레하다.

혹자는 명상을 만병통치약처럼 간주한다. 몸의 통증을 가시게 하고, 마음의 번민과 걱정을 단박에 사라지게 하고, 영혼의 탁함을 깨끗이 씻어주는 그런 만능의 치유도구 말이다. 물론 명상이 우리 심신에게 미치는 다양한 실익은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명상이 현대적인 의료 서비스를 대신해줄 수 없다는 사실을 절대 잊어선 안 된다. 명상 경력이 대단한 고승들도 암이나 뇌졸중으로 병원 신세를 지곤 한다. 명상의 신비화는 곤란하다.

다시 명상의 기본으로 돌아가자. 베트남 출신으로 미국 대승불교를 이끌고 있는 영화 스님은 선 명상의 진정한 목적이 견성임을 다시금 강조하고, 전통적인 결가부좌의 자세를 중시한다. 또한 명상 수행에서 올바른 선지식의 도움과 지도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참고로 영화 스님은 선과 정토를 함께 수행하는 '선정쌍수'를 제창하며 정법을 펼치고 있는데, 한국에는 청주 보산사와 분당 보라선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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