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칼로레아 철학 수업 - 논리적 사고를 위한 프랑스식 인문학 공부
사카모토 타카시 지음, 곽현아 옮김 / 현익출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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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사교육 전성시대다. 대학 서열과 사교육 레벨 모두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위계화되어 있다. 국내 입시 시스템이 맘에 안 들어 대안학교나 혁신학교 혹은 국제학교를 물색하고 있는 학부형들이 최근 가장 관심을 갖고 주시하고 있는 게 바로 바칼로레아다. 논술과 토론을 중시하는 바칼로레아가 현행 입시 교육의 대안으로 크게 주목받고 있다. 바칼로레아는 프랑스 바칼로레아(FB)와 국제 바칼로레아(IB)로 나뉜다. 여기선 프랑스 바칼로레아에 대해서만 다루겠다.

프랑스 바칼로레아 시험은 세 종류다. 보통 바칼로레아, 기술 바칼로레아, 직업 바칼로레아. 대다수 대학 진학자는 보통 바칼로레아를 취득한다. 시험은 6일간 치루는데, 시험 시간이 긴 과목은 5시간, 짧은 과목은 2시간이다. 각 과목은 20점 만점이며 10점 이상이면 합격이다. 바칼로레아의 대명사는 단연코 '철학'이다. 철학 시험은 4시간으로, 소논문(디세르타시옹) 논술 문제와 텍스트 논평 문제 두 가지 유형이다. 2021년 보통 바칼로레아 철학 문제를 예로 들면 다음과 같다.


①토론은 폭력을 포기하는 것인가?

②무의식은 모든 형태의 의식과 무관한가?

③우리는 미래에 대한 책임이 있는가?

④에밀 뒤르켐의 《사회분업론》(1893년) 발췌문을 설명하시오.

모든 시험 문제엔 풀이의 정석이 있다. 바칼로레아 철학 시험 문제도 마찬가지다. 문제 풀이의 정석이 있다. 생각나는 대로 제멋대로 쓰는 게 결코 아니다. 소논문과 텍스트 논평 모두 철학자들의 논리를 바탕으로 탄탄한 구조를 갖춘 답을 내놓아야 한다. 나라면 철학자의 삼대 무기인 논증, 사고실험, 이야기를 응용하라고 조언할 것이다. 그런데 일본의 철학자 사카모토 다카시는 바칼로레아 철학 문제 풀이의 정석으로 '사고의 틀'이란 키워드를 강조한다. 여기서 사고의 틀이란 넒은 의미에서 "문제 분석에서 구성안 작성, 그리고 소논문 집필까지의 작업"을 말한다.

저자는 사고의 틀을 훈련하는 방식으로, 주제 분석하기, 형태 분석하기, 표현 정의하기, ‘네, 아니요’로 답해보기, 세부 내용에 주목하기, 하위 질문으로 쪼개기, 논거를 모아 활용하기 등 여러가지 접근법을 점진적으로 제시한다. 일테면 수험생이 소논문 문제를 하나 선택했다고 하자. 그럼 '도입, 전개, 결론' 형식의 구성안을 작성하기 전에 문제를 분석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문제의 주제를 식별하고, 표현을 잠정적으로 정의한 후, 상세 내용에 주의를 기울인 다음, '네'와 '아니요'로 대답하고, 문제에서 복수의 질문을 만들어 내야"한다.

프랑스 고등학교에서 추구하는 철학 교육의 목적은 철학자를 키우는 게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의견을 표방하고, 행동할 수 있는 사람", 즉 교양 시민을 육성하는 것이다. 따라서 철학사조를 이해하고 철학자의 주장을 적합하게 인용할 줄 아는 것도 필요하지만, 이보다도 저자가 말하는 '사고의 틀'처럼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메타적 방법을 익히는 것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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