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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들 슈퍼 에디션 : 크룩트스타의 약속 (양장) ㅣ 전사들 슈퍼 에디션
에린 헌터 지음, 서현정 옮김 / 가람어린이 / 2024년 3월
평점 :
「전사들」 시리즈는 고양이 전사들의 성장과 시련, 갈등과 충돌, 우정과 사랑, 선악의 대결, 전사의 규약과 책임감 등을 박진감 넘치게 그린 판타지소설이다. 특히 '슈퍼 에디션' 편은 위대한 지도자의 모험과 성장을 다루는 성장소설 특유의 재미를 잘 보여준다. 『전사들: 슈퍼 에디션 크룩트스타의 약속』(가람어린이, 2024)은 「전사들」 시리즈의 슈퍼 에디션 네 번째 편으로, 강족의 위대한 지도자 크룩트스타의 일대기와 그의 비밀스럽고 운명적인 약속이 야기한 팽팽한 긴장 국면을 그린다. 시중의 자기계발서는 '아모르 파티' 같은 운명애를 가벼운 구호처럼 남발하는 경향이 있는데, 기실 위대한 운명을 타고 났다는 팔자는 겁나 무서운 일이다. 크룩트스타는 신탁대로 강족의 존경받는 지도자가 되지만, 그가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재앙의 그림자가 늘상 따라붙는다. "그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내 종족을 돌보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는 약속과 맹세 때문이다.
폭풍이 몰아치던 날 스톰킷과 오크킷 형제가 태어난다. 아버지는 강족의 부지도자인 셸하트(껍데기심장), 엄마는 레인플라워(비꽃)다. 오크킷이 부모 말을 잘 듣는 반듯한 모범생 성향이라면, 스톰킷은 천방지축의 모험가 성향이다. 스톰킷은 엄마의 충고를 무시하고 모험을 나섰다가 그만 한쪽 턱이 심하게 일그러지는 사고를 당하게 된다. 사고의 여파로 이름이 크룩트킷으로 바뀌고, 부상을 치유하느라 훈련병과 전사가 되는 과정까지 연이어 정체된다. 무엇보다 엄마가 자기를 대하는 태도가 매우 냉랭해진다. 낙심한 크룩트킷은 강족을 떠나 쥐를 잡아먹는 농장의 고양이들과 같이 지내며 잠시 방황을 하기도 하지만 결국 자신의 본분과 소명을 깨닫고 되돌아간다.
제 목숨보다 부족의 안전을 우선하는 강족의 지도자도 카리스마 짱이지만, 나는 왠지 모르게 치료사 캐릭터에 더욱 끌린다. 강족의 치료사는 현명하고 다정한 브램블베리(가시나무열매)다. 여기서 주목받아 마땅한 의미심장한 캐릭터가 하나 더 있다. 바로 머드퍼(진흙털)다. 머드퍼는 천둥족 전사와 일대일로 전투를 벌일만큼 용맹한 노장인데, 해 드는 바위를 놓고서 천둥족과 벌이는 거듭된 무의미한 혈투에 지친 나머지 치료사로 전향한다. 전사의 심장을 지닌 평화주의자랄까. 나는 머드퍼의 뚝심과 용기, 연민에 반하고 말았다.
한편, '약속'엔 커다란 반전이 하나 숨어 있다. 그건 바로 크룩트스타가 신성한 별족의 멘토로 여겼던 메이플셰이드가 기실 복수심과 증오심에 불타는 '어둠의 숲'의 존재였다는 점이다. 그리고 마침내 사랑하는 딸을 위해 운명에 굴복하지 않고 맞서 싸우는 크룩트스타에게 절로 박수를 보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