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소모하지 않는 현명한 태도에 관하여
마티아스 뇔케 지음, 이미옥 옮김 / 퍼스트펭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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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팔이가 횡행하고 있다. 제 방식대로 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장삿치의 노하우와 비법이 난무한다. 물질만능주의를 기본 바탕으로 여기에 성취주의와 능력주의가 짙은 양념처럼 더해져 대중의 침샘을 끊임없이 자극하고 있다. 시장판 '성공팔이치'의 이런저런 공식들이 디지털 방송을 타고 넘쳐 흐른다. 성공지향형 사람들은 마치 불나방처럼 현란한 불빛을 향해 질주한다. 그런데 이런 떠들썩한 분위기에 휩쓸린 대중이 잊은 게 있다. 성취와 행복은 정비례 관계가 아니고, "진짜 행복한 사람은 굳이 티 내지 않는다."는 단순한 진리를 말이다.

"우리가 감탄해 마지 않던 인격들, 신뢰와 연대감을 대표했던 기관들이 지저분한 면모를 드러내는 상황은 의외로 흔치 않게 벌어진다. 자신의 의견을 솔직하고 당당하게 말하던 성공한 스포츠계 매니저가 알고 보니 세금을 포탈한 사람이었고, 존경받는 지도자가 부패에 연루되었거나 심지어 적극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었으며, 촉망받는 지식인이 박사 논문을 완벽히 표절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것처럼 말이다. 마치 반짝거리는 모든 것은 다 겉모습에 불과할 뿐이라는 걸 증명하듯 허접하고 추악한 실체는 결국 드러나고 만다."(261, 262쪽)

독일의 언론인이자 작가 마티아스 뇔케는 화려한 겉모습의 성공팔이들과 이들의 야단스런 마케팅에 걸려든 성공지향형 현대인들은 병들어 있다고 진단한다. 항상 시선을 저 밖에 두고 타인을 의식하면서 물욕을 충족시키기 위해 하루종일 맹목적으로 달려가는 현대인에게 제시한 저자의 처방전은 '겸손' 두 글자다.

저자에 따르면, 겸손은 힘이 센 약이다. 겸손은 "타인을 배려하기 위해 자신을 낮추는 공손함, 사소한 말과 행동에도 예의를 잃지 않는 정중함, 상황을 경솔하게 판단하지 않고 담담하고 점잖게 대할 줄 아는 신중함"을 모두 아우르는 미덕이기 때문이다. 겸손은 우리를 자유롭게 하고 평온하게 하고 행복하게 한다. 일단 겸손을 삶을 대하는 자세로 선택하고 이를 체화한다면, 성공팔이들의 현란한 속임수에 놀아나지 않고 '성공 강박'에 빠지지 않고 자기 삶의 무게 중심을 잡아가면서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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