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품격 한국어 : 사자성어·상용속담
전광진 지음 / 속뜻사전교육출판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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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곧 사람이다. 말씨가 인격의 표상이라면, 표준 한국어는 국격의 표상이다. 나는 한국어의 품격을 지키는 마지노선이 한자어라고 생각한다. 한국어의 70% 이상이 한자어인데, 덕분에 표음문자인 한글이 유행을 타거나 빠르게 변질되는 것을 방지해준다. 확실히 한자어를 쓰면 저속해지기가 쉽지 않다. 한글은 이른바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처럼 모음의 변화에 따른 뉘앙스가 풍부하다. 그 덕분에 비속어로 악용될 소지도 다분하다. 가령 의사를 비하해 '의새'라고 칭하는 것이 그 예다. 물론 이런 유행어는 유통기한이 매우 짧은 편이다. 한때 전염병처럼 확 번졌다가 돌연 사라지는 경우가 매우 흔하다. 욕을 훨씬 찰지게 할 수도 있고, '식빵'처럼 거친 쌍욕을 대폭 희석해 돌리거나 하는 한글의 장점도 없진 않다. 연암이나 정조가 쓴 고문헌을 보더라도, 왕이나 선비조차 저속한 욕을 사용할 때는 언문을 한자로 음차해 사용했다.

만약 언어를 배에 비유한다면, 고사성어는 한국어라는 배 밑에 균형을 위해 싣는 바닥짐이라고 할 수 있다. 영어권에선 성서나 셰익스피어의 연극 대사가 여전히 품격 있는 고상한 표현으로 활용되곤 한다. 한국어에서 그런 지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전고가 뚜렷한 고사성어다. 《삼국지연의》《수호지》 같은 동양소설과 《논어》《맹자》와 같은 철학고전과 관련된 사자성어는 한국어의 품격을 지키는 무게추다. 가령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를 예로 들면, 도원결의, 괄목상대, 계륵, 백미, 삼고초려, 수어지교, 읍참마속, 칠종칠금 등과 같은 성어들이 줄줄이 사탕이다.

사자성어와 상용속담에는 문화의 정수가 녹아있다. 성균관대 중문학과 명예교수 전광진에 따르면, 한국어의 품격을 높여 주고 받쳐주는 두 기둥이 바로 사자성어와 상용속담이다. 저자의 《고품격 한국어》(속뜻사전교육출판사, 2024)는 사자성어 424개와 상용속담 240개를 선별한 고급 한국어 교재다. 사자성어의 경우, 한국어문교육연구회가 선정한 8급부터 2급까지 급수순으로 배열했고, 속뜻을 각각 우리말과 영어로 풀이했다. 그리고 상용속담의 경우, 일반 문장에도 자주 등장하는 고빈도 속담을 가나다 순으로 배열했다. 일테면 "가난한 집 제사 돌아오듯"에서 출발해 "흘러가는 물도 떠 주면 공이다"로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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