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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곤충사회
최재천 지음 / 열림원 / 2024년 2월
평점 :
곤충 사회는 인간 사회의 작은 판박이다. 경쟁하고 협력하는 곤충의 세계는 인간 사회를 빼닮았다. 특히 개미는 사회성 곤충의 대명사다. 이 세상에서 가장 인간과 비슷한 생명체가 바로 개미라는 얘기다. 그리고 그런 곤충 이야기로 우리를 매혹시키는 맛깔난 이야기꾼들이 있다. 가령 사회생물학자 최재천 선생이 바로 그런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한국의 파브르'라고나 할까. 곤충의 생태와 행동을 통해서 인간의 모습을 그려내고 설명하는 능력이 특출하다. 사회생물학자는 "사회를 구성하고 사는 동물의 생태와 진화를 연구하는 학자"다. 선생은 개미와 민벌레 등 곤충에서 시작하여 거미, 민물고기, 개구리를 거쳐 까치, 조랑말, 돌고래, 영장류까지 다양한 동물의 행동과 생태를 연구했다.
선생에게 난생처음 사회생물학의 안경을 씌워 준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의 H. B. 그레이브스 교수는 "왜 일개미들이 자기를 희생하면서까지 사회를 위해서 이타적인 행동을 하는지를 이론적으로 파헤치고 공부하는 학문"이 바로 사회생물학이라고 했다. 그리고 일개미들이 기꺼이 희생하며 협동하는 정신을 발휘하게 된 맥락을 잘 설명하는 결정적 이론이 미시간대학교의 생물학자 윌리엄 해밀턴의 '포괄적합도 이론'이다. 유학 시절 저자의 마음을 무척 설레게 했던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도 바로 해밀턴의 이론을 쉽게 풀어쓴 것이다.
선생은 지구 생태계에서 무게로 가장 성공한 존재인 식물과 숫자로 가장 성공한 존재인 곤충의 관계를 "자연이 이룩한 가장 위대한 성공 사례"라고 간주한다. 식물계와 곤충계의 윈윈 상생관계는 호모 사피엔스에게 많은 시사점을 가져다준다. 역대 최대 멸종이 되리라는 '6차 대멸종'의 원인이 바로 호모 사피엔스에게 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이 바로 생태학적 상상력과 연민이 결여된 호모 사피엔스 때문이다.
6차 대멸종을 우려하는 진지한 과학자들이 적지 않다. 꿀벌이 사라지면 4년 안에 인류가 멸망한다는 말이 나도는 뒷배경이기도 하다. 그런데, 지구를 뒤덮고 있는 식물이 사라지면 인류도 바로 공멸할 것이 분명하다. 그런 인간 구원에 가장 시급한 것이 '생태 백신'이고, 이런 생태 백신으로 새로이 거듭난 인간이 바로 자연계의 다른 생물들과 공생할 수 있는 심성과 행동을 보이는 '호모 심비우스', 즉 공생인이다.
"지금 이 순간 우리 인류에게 주어진 전환은 생태적 전환밖에 없습니다. 기술의 전환도 아니고, 정보의 전환도 아닙니다.
죽고 사는 문제에 부딪쳤습니다. 생태적 전환을 해야 합니다. 호모 사피엔스라는, 현명한 인간이라는 자화자찬은 이제 집어던지고 호모 심비우스Homo symbious로서 다른 생명체들과 이 지구를 공유하겠다는 겸허한 마음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공생인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기 때문입니다."(27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