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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학십도 - 수천 년 지혜를 만나는 가장 손쉬운 길 ㅣ 클래식 아고라 5
이황 지음, 강보승 옮김.해설 / arte(아르테)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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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세계에 나오는 궁극의 무림비급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이 『구양진경』과 『구음진경』이다. 동방 유가의 세계에서도 그런 궁극의 비급이 한 권 있다. 바로 조선 유학의 집대성자 퇴계 이황(1501~1570)이 선조 임금에게 올린 수신서인 『성학십도』다. 『성학십도』는 성덕지학(成德之學)의 정수를 담은 비급이자 진경이라 하겠다. 성학(聖學)은 성인과 현인이 되는 길을 바르게 제시한 '공맹정주'의 도학을 말한다. 퇴계는 『성학십도』를 올리며 이 책의 그림과 해설을 병풍과 작은 책자로 만들어 임금의 주위에 펼쳐 놓고 항상 보면서 실천할 것을 부탁한 바 있다.
대체 유가의 성인은 어떤 경지에 도달한 인간인가. 북송의 유학자 장재에 따르면, 성인이란 천지를 위하여 마음을 확립하고, 민중을 위하여 도를 확립하고, 과거의 성인을 위하여 끊어진 학문의 계통을 잇고, 미래의 세대를 위하여 태평을 여는 사람이다. 천인합일(天人合一), 수기치인(修己治人) 혹은 수기안인(修己安人), 내성외왕(內聖外王) 등이 바로 성인의 경지를 묘사한 대표적인 문구다.
『성학십도』는 유학의 본체와 공부의 전 과정을 그림 열 폭에 정리한 것으로, 서문(진성학십도차), 열 개의 그림과 그 그림들에 대한 해설의 총 열 한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역해자 강보승은 『성학십도』를 "삶을 안내하는 지도"에 비유한다. 열 폭의 그림 혹은 지도는 태극도(太極圖), 서명도(西銘圖), 소학도(小學圖), 대학도(大學圖), 백록동규도(白鹿洞規圖), 심통성정도(心統性情圖), 인설도(仁說圖), 심학도(心學圖), 경재잠도(敬齋箴圖), 숙흥야매잠도(夙興夜寐箴圖)이다. 이중 일곱 개는 옛 현인들이 작성한 것 중에서 추린 것이고, 나머지 세 개(소학도, 백록동규도, 숙흥야매잠도)는 16세기 한국 성리학의 태두인 퇴계 본인이 작성한 지도다.
천인합일의 큰 맥락에서 본다면, 열 개의 지도는 다시 천도(天道)와 인도(人道) 두 관점으로 나뉜다. 바로 「태극도」를 중심으로 한 다섯 개의 지도는 성리학의 형이상학적 원리를 보여준 천도적 관점이고, 「심통성정도」를 중심으로 한 다섯 개의 지도는 수양론의 인격형성 방법을 제시한 인도적 관점이다. 퇴계에 따르면, 「태극도」부터 「백록동규도」까지는 하늘의 도를 근본으로 하고 있고, 인간이 나아가야 할 길을 밝히고 덕을 쌓아가는 데에 힘쓰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유가 심학의 비결을 담은 「심통성정도」는 상중하 세 그림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상도는 원나라 유학자 정복심이 그린 것이고, 중도와 하도는 퇴계가 그린 것이다. 바로 여기에 사단칠정(四端七情)과 이기(理氣)의 내용을 담고 있다. 퇴계에 따르면, 「심통성정도」부터 「숙흥야매잠도」까지는 "마음과 본성을 기반으로 한 것이니 그 요점은 일상생활에서 힘써 공부하고, 공경하고 조심하는 마음을 소중히 보존하고 실천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