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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성 문화, 사색 - 인간의 본능은 어떻게 세상을 움직였나
강영운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4년 1월
평점 :
형이하학의 끝판왕이 바로 '음식남녀'다. 식욕의 충족과 색욕의 만족은 행복감과 즐거움의 토대가 된다. 다시 말해서, 도파민의 대명사가 식욕과 색욕이지만, 간혹 중독의 수렁에 빠져들 수 있다. 음식남녀가 삶의 조미료가 될 수는 있겠지만, 그 자체로 인생의 의미나 진지한 목적이 될 수는 없다고 본다. 식욕과 색욕은 정비례 관계이지만, 사람에 따라 저울의 평형추가 달라질 수는 있다. 가령 나폴레옹이나 케네디는 색욕이 식욕을 앞선 대표적인 케이스다. 다만 둘 다 스테미너는 토끼 수준이라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신문기자 출신의 작가 강영운은 《역사 속 성문화, 사색》(인물과사상사, 2024)에서 서구의 흥미로운 성 문화를 크게 '주제 편'과 '인물 편'으로 나누어 폭넓게 다루고 있다. 책의 부제는 "인간의 본능은 어떻게 세상을 움직였나"이고, 담론 주제는 매춘, 포경, 자위, 포르노, 성기, 키스, 나체, 누드, 불륜, 목욕탕, 동성애 등 매우 다양하다. 주제 편의 경우, 성과 성애를 겨냥한 인문교양서답게 깊은 맛은 없어도 골고루 맛볼 수 있는 흥미로운 소재를 다루고 있다. 가령 '그리스 석상의 성기는 왜 이렇게 작나', '민주주의를 만든 포르노', '고대 목욕탕에서 이루어진 성매매', '왜 자위와 몽정은 죄악이었나' 등 꽤나 솔깃한 소재들이다. 고대 그리스의 성 문화와 고대 로마의 성 문화가 꽤 큰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 흥미롭다. 가령 그리스인은 목욕을 치료의 도구이자 경외의 느낌으로 바라봤지만, 로마인은 목욕을 쾌락과 방탕의 느낌으로 바라보았다.
한편, 서구의 성 문화에 빠질 수 없는 감초 인물로 사드 후작, 허레이쇼 넬슨, 헨리 8세, 괴테 등이 등장한다. 우리나라 인물로는 금서로 지목된 《즐거운 사라》의 작가 광마 마광수가 등장한다. 광마의 문학을 노골적인 야설로만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문학의 참된 목적은 지배 이데올로기로부터의 탈출이요, 창조적 일탈이다"라는 광마의 일갈이 강한 여운을 남긴다. 한편, 성매매 업소에서 살았던 화가로 앙리 드툴루즈로트레크가 소개되고, 남편 친구와 누드 사진을 찍은 소설가로 마리 드 레니에가 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