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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올바르게 느껴지지 않고 뭔가 빠져있다면 - 마음을 치유할 심리치료사의 핵심 아이디어
프랭크 탤리스 지음, 손덕화 옮김, 김정택 감수 / 더로드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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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는 서서히 망가지지만, 현타는 쓰나미처럼 몰려온다. 한번 망가진 관계는 우리의 인식을 매트릭스 안에 갇히게 한다. 매트릭스 내부에서 나오려면 관계가 깨지게 된 과정과 상황을 소급하여 분석해야 한다. 과거의 사건, 상황, 사람들을 소환하고, 당시의 감정, 생각, 분위기 등을 반추하게 된다. 마치 누군가의 과거사를 추적하는 끈질긴 탐정이 된 것처럼, 자신을 낯선 타인으로 삼아 망가진 관계의 깊은 고랑을 파헤쳐야 한다. 고랑은 점차 깊어지거나 갈래로 퍼져나가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나아갈 방향을 도와주는 길잡이들이 있다. 프로이트, 융, 에리히 프롬, 프리츠 펄스, 빌헬름 라이히, 도날드 위니캇, 앨버트 엘리스 등의 심리치료 멘토들이다.
무한궤도 매트릭스에 속절없이 갇힌 느낌, 바로 그런 게 "삶이 올바르게 느껴지지 않고 뭔가 빠져 있다"는 휑한 느낌이다. 망가진 관계의 진흙탕에서 빠져나오려면 관계의 개선이냐 아님 관계의 청산이냐 선택해야 한다. 혈연으로 맺어진 부모와 형제자매의 경우에도 그러하다. 언제나 관계의 질이 관계의 수보다 더 중요하다.
현대인은 불안하고 우울하고 외롭고 자기중심적이다. 화가 호퍼의 대표작 〈밤을 새는 사람들〉처럼 말이다. 언제 어디서나 지인과 연락이 가능한 스마트폰이 나왔지만 '군중 속의 고독'이란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손안의 스마트폰은 개인 정체성의 분할, 복제, 전파와 분산에 무한한 기회를 제공한다. 얄궂게도, 화가 에드바르트 뭉크의 그림 〈절규〉는 바로 분열된 자아나 과장된 낭만적 자아상이라는 스마트폰의 치명적인 부작용에 딱 걸맞는 이미지가 아닐 수 없다. 심리치료사 프랭크 탤리스는 우리의 상당수가 디지털 나르시시스트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