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현명한 선택을 위한 가장 쉬운 경제학 - 기본 상식부터 투자, 금리, 국제경제까지 생활 속 궁금했던 경제 읽기
남시훈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3년 12월
평점 :
경제학의 연구대상은 사람들의 '선택'이다. 흔히들 '호모 이코노미쿠스'를 떠올리며 경제학이 사람들의 합리적 선택만 중시한다고 여기기 쉽지만, 실은 "양심적인 선택, 사회적 규율을 우선시하는 선택, 비합리적인 선택 등"에 대해서도 연구한다. 경제학 연구의 출발점은 '경제체제'에 대한 이해다. 경제체제란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하면서 상품을 분배하는 방식을 말한다. 현재 대부분의 국가에서 상품의 생산과 배분은 시장과 가격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른바 시장경제체제다.
가격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정부의 개입 없이 시장경제체제가 효율적으로 돌아가는 것이 이상적이겠지만, 때론 수요 측의 사재기 현상이나 공급 측의 바가지요금과 담합 같은 불공평한 현상도 발생하고 가격 변동 때문에 혼란이 발생하기도 해서 정부의 개입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지금으로서는 시장경제체제보다 더 나은 경제체제가 없지만, 시장경제체제와 가격이 만능이 아니라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경제체제의 효율성과 형평성을 위해 수행해야 하는 정부의 역할이 무척 중요한 이유다. 또한 규모의 차원에서, 개인, 가계, 기업 차원의 경제를 넘어 GDP(국내총생산), 인플레이션, 국제수지 같은 국가경제의 특성에 대한 이해도 필수적이다.
그럼, 효율성과 형평성 가운데 무엇이 더 중요한가. 정답은 없다. 다만 일부 자유지상주의 경제학자들은 효율성을 중시해 '작은 정부'를 옹호한다. 하지만, 저자 남시훈의 견해는 다르다. 저자는 형평성을 강조해 정부가 많이 개입해야 한다는 '큰 정부'를 옹호하는 편이다.
"현대 사회와 경제에서 나타나는 많은 문제의 해답은 결국 정부에 달려 있다. 효율성을 증진시키고 형평성을 추구하며,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인구 감소와 노령화에 대비하고, 국민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며 안전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제역할을 해야 한다. 그리고 거듭 강조하지만 정부가 제 역할을 하려면 세금이 있어야 한다. 정부를 믿을 수 없다고 해서 세금을 안 내거나, '작은 정부'를 추구한다면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모두에게 돌아올 것이다. 시장경제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시장 경제 내에서 정부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물론 큰 정부가 좋은 정부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작은 정부는 좋은 정부가 될 수 없다."(64, 65쪽)
저자가 '큰 정부'를 옹호하니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기본소득 문제에서도 긍정적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저자는 재원 조달의 어려움과 정부의 선별 능력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한다. 흔히 경제학 진영을 좌우파로 나누어, 좌파적 경제학자는 불평등과 빈곤을 줄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여 큰 정부를 선호하고, 우파적 경제학자는 불평등과 빈곤을 줄이는 것보다는 효율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여 작은 정부를 선호한다고 알려져 있다. 큰 정부를 옹호하면 기본소득에 찬성할 것처럼 보이지만 그런 게 아니다. 대다수 경제학자들은 기본소득을 반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