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신 : 간신전 간신
김영수 엮음 / 창해 / 202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사마천 전문가 김영수의 《간신전》(창해, 2023)은 역대 가장 악랄했던 중국의 거물급 간신 중 18명을 시대 순서로 추려 그들의 행적을 추적한 인문서다. '간신전'에 더러운 악명을 올린 이들은 진의 조고, 동한의 양기와 동탁, 북주의 우문호, 수의 양소, 당의 이의부와 이임보, 양국충, 노기, 북송의 채경과 황잠선, 남송의 진회와 가사도, 명의 유근과 엄승, 엄세번, 위충현, 온체인, 그리고 청의 화신이다. 역대급 간신을 국내 독자들에게 한마디로 어떻게 인식시키면 좋을지, 저자의 고심이 드러난 대목이 있다. 일테면, 소제목에서 조고를 '지록위마'의 간신으로, 동탁을 '무간'의 시대를 연 무부로, 이의부를 웃음 속에 비수를 감춘 인간 삵괭이로, 이임보를 입에 꿀을 바르고 다닌 간신 등으로 소개한 문구에서다.

저자는 전작 《간신론》(창해, 2023)에서 간신의 핵심 특징으로 간(奸), 탐(貪), 치(恥) 세 글자를 꼽은 바 있다. '간'이 야심, 반역, 표리부동, 비열, 사악 등의 의미를 내포한다면, '탐'은 재물을 탐하는 '탐재', 권력을 탐하는 '탐권', 색을 탐하는 '탐색', 자리를 탐하는 '탐위'라는 네 가지 특성을 강조한다. 그리고 '치'는 식견과 포부가 결여된 추악한 탐욕의 비참한 말로를 드러내는 본질적인 특징이 아닐까 싶다.

나는 앞서 언급한 18명의 간신배 가운데 동탁과 화신이 '간ㆍ탐ㆍ치'를 가장 잘 대변하는, 그리고 그나마 우리에게 친숙한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삼국지 마니아라면 삼국시대의 본격적인 서문을 연 동탁의 피살을 기억할 것이다. 또한 중국 드라마 마니아라면, 청나라를 배경으로 한 사극에서 황제의 오른팔로 등장하는 화신이 결코 낯설지 않을 것이다.

영화 〈서울의 봄〉이 천만 관객 돌파라는 대박 행진중이라고 하는데, 동탁과 같은 정치군인이 더이상 나오지 않길 기도할 뿐이다. 그런데 화신과 같은 '역대 최고의 탐관오리 간신'은 여전히 뉴스 지면에서 심심치 않게 마주칠 것 같아 유감천만이다. 잠시 화신의 부정축재의 규모를 들어보시라.

"집 2천여 채, 논밭 1억 6천만 평, 개인금고 열 군데, 전당포 열 군데, 20년 동안 청나라 10년 세금 수입에 해당하는 80억 냥을 갈취한 탐욕의 대명사다. '화신이 죽자 가경제가 배부르게 먹고 살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재물을 닥치는 대로 긁어모은 탐욕형 간신의 대명사이다."(11, 12쪽)

이런 부정축재의 꿈을 꾸는 정치 모리배가 작당하고 본격적인 기지개를 켜는 소리가 귓가에 들려온다. 이게 과연 내 환청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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