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다움 - 인간다운 삶을 지탱하는 3가지 기준
김기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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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는 본질에 선행한다. 서구 실존주의의 기본 테마다. 그럼,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인간다움'의 구성 요소 역시 인간의 타고난 본질보단 인간의 행동과 결부된 실존적 가치에 주목해야 한다. 철학자 김기현은 그런 '인간다움'의 실존적 가치로 공감, 이성, 자유(자율) 세 가지를 꼽는다. 인간다움은 이 세 가치를 축으로 현실에서 구체화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인간다움은 공감을 연료로 하고, 이성을 엔진으로 하며, 자유로써 규범을 구성하는 성품이다. 흥미롭게도, 저자는 이 세 가지 가치가 인류 역사에서 서로 다른 시기에 발현했다고 본다. 가령 자유와 자율의 탄생을 '근대'의 시기에 배정해서, 왠지 프랑스 사상가 푸코의 견해를 자꾸 떠올리게 만든다.

공감은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나누는 능력을 강조하며, 이성은 합리적인 사고와 판단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는 것을 강조한다. 자유는 개인의 가치와 선택에 대한 존중을 주장하여 다양성을 존중하고 포용하는 중요성을 강조한다. 타인의 즐거움과 고통에 공감하고 타인의 삶을 존중하는 것, 나의 만족을 위해 타인을 이용하지 않는 것, 이런 최소한의 도덕성만 갖춰도 인간다울 수 있다고 말한다. 다만 인간다움을 논하는 저자의 담론이 서구 편향적이다. 충분히 인의예지 같은 동양적인 색채와 경과 성 같은 조선 성리학적 가치관을 담았을 수도 있었을텐데 말이다. 그런데 저자는 "세상이 이미 글로벌화되어 동서양의 가치관을 구분하는 것은 실상 큰 의미가 없다"고 해명한다.

4차 산업혁명, 특히 인공지능과 생명과학의 결합이 자극하는 미래의 인간다움에 대한 논의가 관심을 끈다. 저자는 "인간이 유한성을 극복한다면 삶의 의미는 어떻게 달라질까?"란 질문을 제기한다.

"노화와 죽음이 운명이 아니라 넘어설 수 있는 장애물로 인식되면 어떻게 될까? 무한한 세계 앞의 유한한 자신을 되돌아보며 삶의 의미를 생각하고, 겸허해지게 만들었던 죽음의 역할은 그 시효가 소멸할 것이다. 그뿐 아니다. 죽음이 비용을 들여 제거할 수 있는 것으로 간주되면 절대적 한계 앞에서 모든 사람은 공평하다는 환상이 깨진다. 결국 죽음이 물질과 재산에 대한 집착과 경쟁을 더욱 첨예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2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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