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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나무를 찾아서 - 숲속의 우드 와이드 웹
수잔 시마드 지음, 김다히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23년 11월
평점 :
생태계는 살아있는 유기체다. 굳이 '가이아 이론'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생태 공동체를 이루는 생명체간의 집단적 소통과 사회적 교류의 증거들을 발견하곤 한다. 가령 숲에서 가장 큰 나무라 할 수 있는 '어머니 나무'를 보면 숲의 역할과 식물들의 네트워크간 소통에 대한 단서를 찾게 된다. 캐나다의 삼림학자 수잔 시마드는 어머니 나무가 숲을 기르고 키우며 되살아나게 한다고 강조한다. 어머니 나무는 숲의 의사소통, 보호, 감각의 중심에 서 있는 '숲의 수호자'이자, 친족과 후손 나무에 대대로 이어질 생태학적 지혜를 물려주는 현명한 멘토 같은 존재다. 저자는 어머니 나무를 삼림 환경 생태 보호의 중심 거점으로 간주한다. 어머니 나무를 보호하면서 산림을 관리하면 탄소 흡수원, 생물 다양성, 삼림 재생 능력도 함께 보호되는 현실적인 생태 위기 해결책의 실마리까지 제시하고 있다.
흔히 소통과 지능의 핵심 인자로 신경세포를 강조한다. 이런 신경세포는 동물에게만 있고 식물에게는 없다. 하지만 신경세포가 없는 최첨단 인공지능이 대화를 나누고 바둑을 두고 이야기를 쓰는 것처럼, 신경세포가 없는 식물들도 서로 소통하고 인지하고 행동 양식을 배우며 상호작용하면서 긴밀한 생태 공동체를 형성한다.
인간에게 사회가 있다면, 나무에게는 숲이 있다. 사회학자와 심리학자들은 사회화 과정과 학습이론을 강조하는데, 숲의 구성원인 식물들도 나름의 사회화 과정과 상호적인 학습 교류 과정이 존재한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균근 네트워크 덕분이다. 식물들의 정보 소통망은 나무의 뿌리와 탄소 영양분을 서로 교환하는 진균류 덕분에 유지된다. 나무들은 진균 네트워크를 통해 탄소나 질소 같은 영양 물질에서부터 신경 전달 물질까지 전달한다. 이처럼 미세한 진균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 교환과 의사소통을 행하는 식물들의 모습은 가이아 이론을 지지하는 또다른 과학적 증거이기도 하다.
적어도 내가 보기에, 진균 네트워크는 프랑스 철학자 들뢰즈가 말한 '리좀' 개념을 연상시킨다. 진균 네트워크는 나무들 간의 의사 소통을 가능케 하는 미세한 지하 구조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우리 인간이 월드 와이드 웹을 통해 정보를 주고받듯이 나무들은 뿌리와 진균 등의 균사로 이루어진 네트워크를 탄소를 주고받으며 서로 속삭인다. 여기서 오래된 나무들은 가장 큰 소통 허브가 되고, 작은 나무들은 노드를 구성하며 숲 전체의 성장과 재생을 관리한다. 이것을 저자는 '우드 와이드 웹(The Wood-Wide-Web)'이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