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흐르면 반드시 바다에 이른다 - 하루 한 문장, 마음에 새기는 성현들의 좌우명
박수밀 지음 / 토트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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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좌우명이 된 유행어가 하나 있다. 바로 '존버'다. 크고 작은 시련과 위기의 상황에 처할 때마다 우리는 '존버'를 마치 축배사처럼 외치곤 한다. 그런데 그거 아는가, 이런 '존버'의 태도와 마음가짐을 우리 옛 지식인들은 한결 고상하게 말한 바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나무는 오래 자라면 반드시 바위 골짜기에 우뚝 서고, 물은 오래 흐르면 반드시 바다에 이른다." 이 표현을 들으니, '존버'는 마치 유튜브의 숏폼과 같은 거품으로 전락한다.

고전학자 박수밀은 옛사람들의 삶을 이끈 한마디 문장을 들려주는데, 저자는 이를 '나를 세운 문장'이라고 표현한다. 이처럼 내 마음에 옮겨 새기고 싶은 명언과 글귀를 통해 고전인물들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삶을 대하고 어떻게 삶의 파도를 헤쳐 나갔는지를 소개한다. 세종과 정조와 같은 명군, 율곡 이이와 퇴계 이황 같은 조선 성리학의 태두, 그리고 박제가, 이덕무, 홍대용, 정약용 같은 개혁 지식인은 물론이고, 강정일당과 김금원처럼 대중에게 생소한 조선 여성 문인들의 목소리도 들려준다. 저자는 흥미롭게도 "힘을 다해 책을 읽고 시간을 헛되이 버리지 말라"는 귀양간 초정 박제가가 자식들에게 건네는 유언과도 같은 글귀로 시작하여, "뜻을 품은 사람은 반드시 성취한다"는 최충성의 단단한 글귀로 끝내고 있다.

요즘 유튜브를 보면, 독서와 공부로 입신출세한 크리에이터들의 수다스런 콘텐츠가 넘쳐난다. 난사람이 되지도 못하고 된사람이 되지도 못한 나같은 평범한 애서가는 책을 헛읽었다는 소리처럼 들린다. 하지만 조선 시대의 유명한 간서치인 이덕무의 글귀를 소개하면서, 저자는 말미에 이런 평을 남기고 있는데 내겐 실로 적잖이 위안이 된다. 한평생 '책 읽는 바보'로 살아도 그리 나쁘지 않은 삶이 아닐까 싶다.

"가난한 자는 책으로 부유해진다는 말이 있다. 책에 담긴 삶의 지혜와 다양한 지식은 부귀의 길로 이끌 수 있다. 하지만 부귀하지 않은들 어떠랴? 책이 주는 이익은 돈에 있지 않다. 책을 읽는다는 것, 그 자체가 살아가는 힘이고 생기가 된다."(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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