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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샤의 정원 (타샤 튜더 코티지 가든 에디션)
타샤 튜더.토바 마틴 지음, 공경희 옮김, 리처드 W. 브라운 사진 / 윌북 / 2023년 12월
평점 :
신에게 가장 어울리는 직업은 원예가다. 나무와 꽃을 심고 키우며 돌보는 솜씨의 대가야말로 하느님에게 가장 어울리는 천직이 아닐까 싶다. 뭘 좀 아는 조지 버나드 쇼의 말대로, "정원 가꾸기는 두말할 나위 없이 세상에서 가장 값진 일이다." 그렇다, 원예가는 하루종일 식물로 가득한 정원을 낙원처럼 가꾸는 마법을 부릴 줄 아는 정말 고상한 전문가다. 그럼, 지구별에서 신의 경지에 오른 원예가로 가장 탁월한 인물을 단 한 명만 꼽는다면 누구나 금방 타샤 튜더 여사를 떠올릴 것이다.
직접 타샤의 정원을 만유하며 오감의 복을 누릴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런 발품이 불가능한 일반 독자라면 다큐멘터리나 영화, 아님 바로 『타샤의 정원』(윌북, 2023)같은 포토 에세이를 통해 탸샤의 아름다운 정원 풍경을 마주할 수 있겠다. 유튜브나 게임처럼 짧고 굵은 자극에 길들여진 현대의 스몸비들이 본다면 정말 좋은 부드러운 영혼의 청량제가 되리라 믿는다.
미국 버몬트주에서18세기 영국식 정원을 가꾸고 19세기 목가적인 삶을 살았던 타샤 튜더에게는 화가, 동화작가, 원예가, 자연주의자 등 다양한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식물들을 존중하는 마음과 성실한 태도는 원예가가 가져야 할 필수조건이다. 참고로 정원사들은 화초뿐 아니라 가금류에도 관심이 많다. 타샤는 밴텀닭과 뿔닭을 키운다.
"정원사들은 성실한 견해를 자랑스러워하고, 타샤는 원예에 대해서는 유독 강하고 애착 많은 편견을 갖고 있다. 접시꽃과 팬지 같은 꽃을 좋아하는데 잡종은 내켜하지 않는다. 반드시 순종 접시꽃과 팬지여야 한다."(40쪽)
물론 원예일은 쉽지 않다. '정원살이', '시골살이', '홀로살이', 말만 들어도 벌써 내 허리가 아파오고 묵직한 무게감이 어깨를 짓누르는 것 같다. 목가적인 라이프 스타일은 미니멀한 삶이지만 정말 품이 많이 들기 마련이다. 버몬트주 깊은 산골 30만 평 대지에 자리잡은 정원을 돌면서 화초와 나무를 심고, 물주고, 돌봐주고, 기르고 열매를 수확하며 보내는 일상이기에, 너무 성질이 급하거나 불같으면 오히려 명을 재촉하기 쉬울 것이다. 가령 타샤는 겨우내 길가에 내린 눈을 치우지 않는데, 오히려 그게 에너지 낭비이기 때문이다. 그때 필요한 건 거창한 제설작업이 아니라 그냥 눈밭을 사뿐히 걸어갈 눈신 한 켤레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