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스
캐런 조이 파울러 지음, 서창렬 옮김 / 시공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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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악명 높은 암살범이 두 명이 있다. 한 명은 링컨을 암살한 존 윌크스 부스이고, 다른 한 명은 케네디를 암살한 리 하비 오스왈드다. 링컨은 워싱턴의 포드 극장에서 죽었고, 케네디는 포드자동차 회사에서 만든 링컨차를 타고 가다 죽었다. 링컨과 케네디 모두 미국인이 사랑하는 대통령이었다는 점에서, 그리고 둘의 죽음이 너무나 운명처럼 서로 맞물린다는 점에서 오랫동안 회자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암살범인 부스와 오스왈드에 대해 우리가 아는 것은 거의 없다. 고작해야 둘 다 남부인이고 재판이 시작되기도 전에 살해되었다는 점뿐이다.

소설가 캐런 조이 파울러가 링컨 암살범의 가족사를 들려준다. 놀랍게도 링컨 암살범은 미국 최고의 명문 연극 가문인 '부스' 가문 태생이었다. 암살범의 아버지가 유명한 셰익스피어 연극배우인 주니어스 브루터스 부스이고, 어머니 매리 앤 부스는 사교성이 없지만 관대했다고 한다. 둘 사이에 열 명의 아이가 나지만, 네 명은 너무 이른 나이에 죽고 여섯 명의 아이가 살아남아 성인이 된다. 준, 로절리, 에드윈, 에이시아, 존, 조지프(조)가 그러하다. 준과 에드윈, 존 모두 연극배우가 되지만, 연극 가문의 화려한 명예는 에드윈이 독보적으로 이어나가게 된다. 하지만, 소설의 지배적인 목소리는 암살범의 누나인 로절리다. 비록 역사소설이지만, 로절리는 등장인물 가운데 작가의 상상력이 고도로 발휘된 가장 허구적인 캐릭터다. 로절리가 남긴 한두 통의 편지와 더불어 형제자매들이 쓴 책과 편지에 가끔 나오는 언급이 그녀가 가진 기록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집과 일상에서 화려하고 재기넘치는 셰익스피어 대사가 음악처럼 흘러나오는 집안에서 미국 역사상 가장 악명 높은 범죄자가 나오고 말았다. 왜일까.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전국민의 지탄을 받는 암살범의 가족들은 남은 생을 어찌 이어나갔을까. "삶이라는 무대 위에서 서로를 진실되게 미워하고 사랑했던 어느 평범한 가족의 이야기"가 한국의 독자 여러분을 초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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