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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인문학적인 미술사 - 단숨에 읽히는 시대별 교양 미술 수업
이준형 지음 / 날리지 / 2023년 12월
평점 :
미술서는 교양인의 꼬리표다. 그래서그런지 '교양 미술'이란 말은 입에 착착 와서 감기는 맛이 있다. 다른 교양 과목 명칭과 달리 말이다. 나는 일단 '미술사' 하면 아름다운 줄리아 로버츠가 뇌리에 떠오른다. 서양미술사와 한국미술사란 거작을 남긴 곰브리치나 진중권, 유홍준의 이름보다도 먼저 말이다. 줄리아 로버츠는 영화 〈모나리자 스마일〉에서 뉴잉글랜드 명문 웰슬리의 미술사 교수인 캐서린 왓슨 역으로 나온다. 영화를 보면 교양 미술 수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그 단초를 보게 된다.
작가 이준형의 《세상 인문학적인 미술사》는 책제목이 다소 췌언적이다. 미술사는 여김없이 철학, 미학, 역사학, 종교학 등이 복합적으로 녹아든 융합테마인데, 굳이 '세상 인문학적인'이란 거추장스런 표현을 썼어야 했나 싶다. 아무튼 나는 미술사 서적은 서슴없이 집어드는 편이라, 이 책이 '교양 미술'의 현주소를 알려주는 책일지 기대하며 읽었다.
책의 구성은 서양 미술사를 사조 순으로 따라가는 가장 일반적인 코스다. 선사시대의 미술, 고대 이집트 미술, 고대 그리스 미술, 로마 미술을 소개하고, 중세 미술로 초기 기독교 미술, 비잔틴 미술, 로마네스크 미술, 고딕 미술을 소개한다. 그리고 다음부터는 르네상스, 바로크와 로코코, 신고전주의와 낭만주의, 19세기 미술(사실주의, 인상주의, 후기 인상주의), 20세기 미술, 동시대 미술의 순이다. 일단 개별 작품보다는 시대별 미술사의 흐름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단원 끝머리에 시대별 미술사 특징을 보기 좋게 정리한 요약편이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교양인이 가장 어려워하는 줄기는 당연히 '현대 미술'이다. 저자는 현대 미술을 "르네상스 이후의 과거, 즉 근대를 지배한 고전주의의 전통을 거부하는 입장을 의미"한다고 썼다. 그럼, 고전주의 전통을 거부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이제 화가들의 질문은 다음과 같이 바뀌었습니다. '어떻게 세계를 보이는 것과 똑같이 묘사할 것인가'에서 '어떻게 묘사의 기능에서 선과 색채를 분리시킬 수 있을 것인가'로 말이죠. 파블로 피카소와 함께 20세기 초 미술계를 양분한 앙리 마티스는 이 질문에 대답한 대표적 인물입니다. 그는 세잔과 쇠라, 고흐, 고갱으로 대표되는 후기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을 철저하게 분석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아냈죠. 바로 '묘사에서 해방된 선과 색에 새로운 역할을 맡기는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에요."(236, 23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