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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사전 Part 2 ㅣ 지옥사전 2
자크 콜랭 드 플랑시 지음, 장비안 옮김 / 닷텍스트 / 2023년 11월
평점 :
총 세 권으로 구성된 『지옥사전』은 오컬트 마니아라면 환호할 만한 책이다. "영, 악마, 마법사, 지옥과의 교류, 점술, 사악한 저주, 카발라 및 기타 오컬트학, 경이, 사기, 다양한 미신 및 예언, 강신술의 실체 그리고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경이롭고, 놀랍고, 신비하고 초자연적인 잘못된 믿음에 얽매여 있는 존재, 인물, 책, 사건과 사물들" 등을 망라한 방대한 오컬트 사전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중 두 번째 권을 펼쳐 보았다. 첫 번째 권은 A(아론)부터 E(에스겔)까지, 두 번째 권은 F(파알)부터 N(니스로크)까지다.
'지옥사전'을 편찬한 저자는 자크 콜랭 드 플랑시다. 그는 모든 금지된 학문을 찾아 헤매는 오컬트적 덕후일까. 그렇게만 보아선 곤란하다. 사실 저자의 글에서 비판적 사고로 무장한 인문학자적 태도를 읽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운명론'을 설명하면서, "맹목적인 숙명, 피할 수 없는 운명에서 벗어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인간의 자유는 어디에 존재할까" 질의하고(맞다,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한 저자의 특별한 옹호가 느껴진다), 맹목적인 운명론이 "칼뱅의 가증스러운 교리와 닮은 면이 있다"는 날카로운 지적을 한다. 또한 '광신주의'를 언급하면서 "광신에는 정치적 광신, 문학적 광신, 전사적 광신, 철학적 광신이 존재한다"는 신학자 베지에의 말을 인용하고, "오늘날 광신은 눈이 먼 모든 열의를 가리킨다"는 매우 시의적절한 정의를 내려 눈길을 끈다.
내가 보기에 악마의 특색은 선을 넘어선 '태과'에 있다. 가령 '식탐'에 대한 죄악시나 '악마의 허기'라는 표현이 그러하다. "악마는 빙의된 자들에게 채울 수 없는 허기짐을 느끼게 하며 재미를 보곤 한다." 위대한 마법사로 일컬어지는 파우스트가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와 계약을 맺게 된 이유도 결국 지식에 대한 과도한 열망 때문이다. 괴테의 《파우스트》는 알아도 프랑수와 위고가 쓴 《영국의 파우스트》란 책은 금시초문인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여기선 파우스트가 인쇄업자로 소개되고, 흥미롭게도 '지옥의 일곱 왕자'가 등장한다. "소로 변한 벨제부스, 붉은 떡갈나무 도토리 색의 인간 모습을 한 루시퍼, 황색 발을 달고 있는 뱀으로 변신한 아스타로스, 고양이 꼬리가 달린 당나귀 모습을 한 사탄, 4온 길이의 귀를 달고 흑백 무늬를 한 개로 변한 아나브리, 자고새의 모습을 한 다이티칸, 붉은 꼬리가 달린 푸른 불꽃의 모습을 한 드락, 몸의 균형이 맞지 않은 코끼리로 변한 벨리알 등이었다." 18세기 영국에서 몬태규 경이 창립한 비밀결사 집단인 '프리메이슨'에 대한 대목도 독자의 흥미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이마의 주름을 통한 점술', 즉 서양식 관상법에 대한 소개도 흥미롭다. 총 7개의 이마 주름을 각각 토성, 목성, 화성, 태양, 금성, 수성, 달에 배치한 것이 특색이라면 특색이다. 주름이 끊어지고 불규칙한 경우엔 질병, 괴로움, 불운을 예고하고, 뚜렷하고 우아하게 나열되어 있고 깊이 패 있는 주름은 공정한 정신과 길고 행복한 생의 의미한다고 썼다. 이어서 두개골 돌출부를 관찰해 성격과 재능을 읽어내는 기술을 만든 갈(프란츠 요세프) 박사와 골상학에 대한 흥미로운 대목을 보자. "골상학은 두개골 형태와 돌출부를 통해 도덕성을 판단하는 방법이다." 저자는 골상학에 다소 우호적인 입장이다. "위인과 평범한 사람의 얼굴 특징이 닮을 수는 있어도, 천재의 두개골이 바보의 두개골과 닮는 경우는 없다"고 했으니 말이다.
한편, 얼치기 관상법에 종교적 광신이 결합하면 얼마나 위험천만한지, 악명 높은 '마녀사냥꾼'인 영국인 판사 홉킨스가 잘 보여준다. "피부의 특정 얼룩, 특정 표식, 특정 혈관이 어린 악마들에게 젖을 먹이는 유두"라고 보았고, 물을 통한 시험으로 마녀를 판별하곤 했다. 마녀로 추정되는 이들이 물 위에 떠오르면 죄가 있다고 보아 화형에 처했고, 물에 가라앉을 경우에는 익사를 당해 죽지만 죄가 없다는 것은 증명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