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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기프트 - 삶을 선물로 바꾸는 12번의 치유 수업
에디트 에바 에거 지음, 안진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11월
평점 :
빅터 프랭클, 프리모 레비, 에디트 에바 에거, 이들은 모두 홀로코스트의 생존자들이다. 생지옥과 다를 바 없는 '죽음의 수용소'에서 살아난 경험은 이들에게 삶의 의미와 자유의 가치에 대한 매우 커다란 교훈을 남겼다. 가령 심리학자 빅터 프랭클은 인간이 의미를 추구하는 존재라고 주장한다. 즉,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실현하는 것이 인간의 궁극적인 목적이라는 것이다. 그가 창안한 심리학 이론인 '로고테라피'에 따르면, 인간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자유와 존엄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자유의 토대는 선택권, 즉 '선택하는 힘'이다. 자유란 어떤 환경이나 상태에 대해 인간이 취할 수 있는 태도의 자유다. 사람이라면 고난을 피할 수 없지만 고난에 어떻게 대응할지 선택할 수 있다. 심리치료사 에디트 에바 에거는 자유의 토대라 할 수 있는 '선택'을 전면에 내세운 선택 요법(Choice Therapy)에 의지해, 퇴역 군인, 성폭행 생존자, 중독자, 갈등 커플과 문제 가족 등을 상담 치료했다. 그녀에게 자유란 과거의 상처와 트라우마에 얽매이지 않고 현재와 미래에 대해 긍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참고로, 선택 요법은 네 가지 핵심 심리학 원칙에 뿌리를 둔다. '학습된 무기력', 인지행동치료의 "우리의 생각이 감정과 행동을 생성한다"는 개념, 칼 로저스의 "긍정적이고 조건 없는 자기 존중의 중요성", 그리고 빅터 프랭클이 강조한 "최악의 경험이 오히려 우리에게 가장 좋은 선생님이 되어줄 수 있고, 뜻밖의 발전을 촉진하고 새로운 가능성과 관점을 만날 수 있게 해준다"는 개념이다. 그러고보니, 세 사람 모두 강제수용소에서의 모든 순간이 생지옥이었지만, 또한 최고의 교실이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가령 "죽음의 수용소에서도 삶은 선물이었다"라는 자각과 “참혹한 고난과 무력함의 한복판에서조차도 선물을 발견할 수 있다”는 깨달음은 공통적이다.
"상실, 고문, 굶주림, 끊임없는 죽음의 위협에 시달리면서 나는 생존과 자유를 위한 수단들을 발견했다. 내 자신의 삶에서뿐만 아니라 임상심리 치료 과정에서도 매일 계속해서 사용하게 될 수단들이었다."(8쪽)
한편, 최악의 감옥은 나치의 강제수용소가 아니라 내가 스스로 만들었던 마음의 지옥이었다고 술회한다. 특히 희생자의 신세가 되어도 '희생자 의식'이라는 마음감옥에 갇혀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희생자 의식에서 빠져 나와야 하는 중요한 이유는 그래야만 우리가 나머지 삶을 살아가기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희생자로 남기로 선택할 수도 있고, 희생자로 남지 않기로 선택할 수도 있다.
"희생자 의식은 마음의 사후경직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은 과거에 갇혀 있고, 고통 속에 갇혀 있고, 상실과 결핍-내가 할 수 없는 것과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것-에 갇혀 있는 것이다."(2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