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읽어도 괜찮아 미운오리 그림동화 11
허드슨 탤벗 지음, 허진 옮김 / 미운오리새끼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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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는 세 가지 '미'를 찾는 여정이다. 바로 미(美), 재미, 의미다. 물론 독서의 유형에 따라, 가령 '입시용' 독서라면, 효율과 속도, 정답을 추구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독서의 정석이 아니다. 허드슨 탤벗의 그림책 《느리게 읽어도 괜찮아》(미운오리새끼, 2023)는 어릴적 난독증이었던 작가의 체험이 녹아있다. 평지에서만 지내던 아이가 갑자기 높은 건물에 오르면 하늘과 땅이 뒤집어 보이는 것처럼, 난독증이 있으면 활자에 구상적인 변형과 왜곡이 일어나 자연스럽게 읽기가 어렵다.

어릴 때 독서왕을 자처하던 친구들은 간혹 속독학원에 다니거나 속독법을 다룬 책을 독파하곤 했는데, 시선을 좌우로 빠르게 처리하고 말뭉치를 넓게 보는 것은 책을 많이 읽다보면 저절로 얻어지는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러니 조급해 할 일이 아닌 셈이다. 다만, 남들보다 더듬거리며 느리게 읽는 것이 자격지심으로 다가오지 않도록 독서의 과정 자체를 즐길 수 있도록 옆에서 지도하고 고무하는 일이 중요하다. 굳이 채근하지 않더라도 독서를 게을리 하지 않으면, 절로 속도가 붙고 재미가 붙고 의미가 증폭하기 마련이다.

나는 초등 시절에 케네디 평전을 읽은 후에 속독법에 대한 환상을 멈출 수 있었다. 케네디는 속독보다는 천천히 정독을 즐기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점을 알려주었는데, 덕분에 마치 컵라면처럼 3분에 한 권을 훌러덩 해치우는 속독법 신화를 가볍게 쓰레기통에 내버릴 수 있었다.

그림책의 주인공은 그림 그리기에 소질이 있지만 정작 활자를 읽는 데엔 애를 먹는 아이였다. 하지만, 활자를 그림으로 재구성한 후, 아는 글자에 기대어 어려운 글자에 한걸음 한걸음 성실하게 다가가는 모습에서 누구나 독서를 통해 성장할 수 있다는 내 믿음을 재확인하게 된다. 내가 케네디에게서 한 수 배운 것처럼, 주인공 역시 에디슨, 워싱턴, 피카소 등의 위인을 통해 난독증을 이기고 독서의 재미와 의미를 발견하는 길을 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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