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하우스 - 한국 드라마 EP 이야기
김일중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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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감독, 배우는 영화나 드라마 시사회의 단골이다. 그러나 작가, 감독, 배우를 막후에서 세팅하는 EP, 즉 드라마나 영화 등 콘텐츠를 제작하는 총괄 책임자의 이름과 얼굴은 대중에게 매우 낯설다. K-드라마가 워낙 세계적인 대유행인지라, 무대 위에서 화려한 조명을 받는 분들 외에도 무대 뒤나 무대 밑 현장에서 맹렬히 수고하는 분들의 노력과 열정을 소개하는 작업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아주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홍경수의 말대로, "감독의 시대, 작가의 시대를 거쳐 EP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다큐멘터리 PD 출신의 저자 김일중은 한국콘텐츠진흥원 본사가 있는 나주 혁신도시에서 일한다. 2022년 4월부터 10월까지 한국 드라마를 이끄는 10인의 EP들을 만나기 위해 서울과 나주를 열 번 이상 왕복했다. 그 만남의 결실이 바로 《파워하우스》(인물과사상사, 2023)다. 저자가 만난 EP는 윤신애, 이동훈, 박민엽, 변승민, 한석원, 김희열, 김동래, 신인수, 이재문, 이민석이다. 이 시대 최고의 EP들인 것이다. 참고로, 책 제목 '파워하우스'는"어떤 분야나 시장에서 큰 영향력과 성과를 보유한 개인 또는 기업을 가리키는 말"이다.

드라마 제작의 총괄 책임자인 EP에게 묻는 인터뷰 내용은 크게 구체적인 업무, 자질과 자격 요건, 원고를 보는 기준, 추구하는 가치, 제작 환경을 비롯한 한국 드라마의 문제점 등 다양하다. EP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할까. 윤선애 대표의 말을 빌면, 온갖 걸 다한다. "아이템 뽑는 일도 하고, 작가님들 설득하러 다니고, 대본에 맞는 감독님이랑 배우들 캐스팅하러 다니고." 넷플릭스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과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를 감독한 이재규는 한국 드라마 EP들이 교향곡을 연주하는 지휘자와 다름없다고 평한다. 작가의 대본을 느끼고 해석하며, 감독ㆍ배우ㆍ스태프가 최고의 앙상블을 이룰 수 있도록 이끌어나가는 영웅들이다.

인터뷰의 서막을 연 윤신애 대표는 드라마 외주제작 1세대로, 20년 넘게 수많은 TV 미니 시리즈 드라마를 제작한 베테랑 프로듀서다. 1995년 김종학 프로덕션 1기 프로듀서로 드라마계에 입문해 〈대망〉(2002~2003), 〈해신〉(2004~2005) 등 대형 사극 제작에 참여했고, 2004년 사과나무픽쳐스를 설립해 〈개와 늑대의 시간〉(2007), 〈9회말 2아웃〉(2007), 〈7급 공무원〉(2013) 등 색깔 있는 작품을 만들었다.

"윤신애 대표는 한국 드라마 산업의 거품을 우려했다. 국내외 OTT 플랫폼이 한꺼번에 쏟아부은 자본의 풍요로움이 과연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 계속 오르는 집필료, 주연배우들의 출연료, 스태프 인건비는 제작비 인상의 직접적 요인이고, 그동안 뛰어난 가성비를 무기로 경쟁우위를 누려온 한국 드라마가 경쟁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 단군 이래 최고의 호황이라는 한국 드라마 산업을 바라보는 베테랑 프로듀서의 시선은 냉정하고 차분했다."(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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