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니후와 와무의 풍선 타고 바람 여행 바다숲 놀이터
하세가와 사토미 지음, 정문주 옮김 / 놀이터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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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캐릭터가 나오는 그림책은 포근한 느낌을 주곤 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동화는 일본 작가 마치다 준의 《얀 이야기》다. 고양이 얀과 물고기 카와카마스의 담담한 우정을 그리고 있는데, 전반적인 무대 분위기와 주인공 얀의 생활 태도가 내 맘에 와닿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 얀과 카와카마스 만큼은 아니더라도, 그래도 꽤나 강력한 또다른 단짝 캐릭터를 만났다. 바로 코끼리 후니후와 악어 와무다. 하세가와 사토미의 《후니후와 와무의 풍선 타고 바람 여행》(놀이터, 2023)은 네 개의 에피소드를 소개하는데, 후니후와 와무의 착한 마음씨가 돋보인다.

후니후는 구김살 없고 장난치기 좋아한다. 한편, 와무는 야무지고 마음이 넓다. 후니후는 바람이 가져간 자기 풍선을 찾기 위해 와무와 함께 바람이 사는 곳을 찾아 모험을 떠난다. 직접 만든 기구를 타고 바람의 고향을 찾아 나서지만, 매서운 바람 때문에 큰 난리를 겪게 된다. 하지만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처럼, 모험의 결실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 바람의 고향은 찾지 못했지만, 풍성한 과일을 따가지고 올 수 있었으니 말이다.

나는 와무를 칭찬하고 싶다. 후니후가 부끄럽게 여기는 단점을 와무가 다시 멋진 장점으로 해석하는 데서 와무의 고운 마음씨와 창의적인 발상력이 느껴진다. 세상에서 자기 외모에 백프로 만족하는 이는 없다. 오히려 이상하게 왜곡된 자기상으로 인해 비싼 수술과 치장으로 자연스런 아름다움을 가리거나 훼손하는 이가 적지 않다. 후니후도 잘못된 자기상의 수렁에 깊이 빠져들 뻔 했지만 와무 덕분에 벗어날 수 있었다. 와무가 후니후의 얼굴을 멋진 밤하늘의 별과 같다고 말하는 순간, 내 얼굴엔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이처럼 우리는 누군가에게 천사나 보살 같은 존재가 되어줄 수 있다. 후니후도 바로 그런 소중한 역할을 했을 때가 있었다. 아기 개미와 아기 도마뱀 그리고 무당벌레에게 후니후는 산도 되고 바위도 되며 들판의 움직이는 다리도 되어 주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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