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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적 권력 - 권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스탠퍼드 명강의
데버라 그룬펠드 지음, 김효정 옮김 / 센시오 / 2023년 10월
평점 :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데버라 그룬펠드는 권력의 심리학과 집단행동에 관한 전문가다. 저자는 이 책 《수평적 권력》(센시오, 2023)에서 권력의 본질과 역할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보여준다. 저자는 우리 모두가 권력을 갖고 있다는, 얼핏 보기엔 매우 이상적인 권력론을 제시한다. 가령 권력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위에서 아래로 향하는 것이 아니라 수평적으로 존재하며, 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유동적인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권력은 우리가 연기하는 역할에 따라온다는 점을 힘주어 강조하다. 권력은 모든 사회적 역할과 모든 관계에 존재하며, 누구나 어떤 상황에서는 권력자이지만 다른 상황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중요한 점은 우리 각자가 가진 권력을 제대로 쓰는 법을 아는 것이다. 이른바 '갑질'은 권력을 나쁘게 쓰는 가장 흔한 방식이다. 그런데, 갑질을 사장님이나 대표님처럼 있는 자, 가진 자의 고루한 만행이라고만 생각하면 틀려도 완전히 틀렸다. 기본적으로 장삼이사 모두 갑질의 당사자가 될 수 있다. 우리 모두는 언제나 이미 누군가에게 권력자이기 때문이다. 권력은 서로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오고가는 자원이다. 따라서 타인이 우리를 필요로 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언제나 권력자의 위치를 점한다.
우리 모두는 생각보다 많은 권력을 갖고 있다. 권력을 잘 쓰려면 권력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도 잘 알아야 한다. 권력은 지위나 권한이나 권위이 아니며, 영향력과도 다르다. 권력은 개인의 속성이나 소유물이 아니다. 즉, 권력은 부, 명예, 카리스마, 야망, 매력과도 관련이 없다. 저자는 권력의 개인 차원을 지우고, 대신 권력의 사회론 혹은 관계론을 강조한다. 저자는 권력의 작용을 배우의 연기에 비유한다. 배우가 배역에 맞게 연기하듯, 우리가 사회와 직장에서 주어진 역할에 맞게 권력을 사용하면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