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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2.0 - 메타버스라는 신세계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
사토 가쓰아키 지음, 송태욱 옮김 / 21세기북스 / 2023년 10월
평점 :
나는 기술 낙관론자다. 특히 새로운 기술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품는 편이다. 그렇지만 내가 말하는 기술은 내 손에 쥐어질 수 있는 구체적인 기술을 말하지, 뜬구름 잡는 얘기처럼 들리는 '기술 뻥튀기'를 말하지 않는다. 말만 무성하고 실체는 구경하기 힘든 그런 사이비 기술 말이다. 현재 가장 대중화된 최첨단 기술 집약적인 제품은 스마트폰이다. 기술이 대중화되면 곧잘 부작용이나 후유증에 대한 우려가 새어 나오기 마련이다. 가령 스마트폰 사용을 둘러싼 여러 담론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부정적인 것이 바로 '스몸비'일 것이다. 스몸비(smombie)는 '스마트폰'과 '좀비'의 합성어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주변에 무신경하고 정신없이 걷는 사람들을 비하한 표현이다. 세종대왕이 타임머신을 타고 온다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거리에 출몰하는 '스몸비 백성'에 깜짝 놀랄 것이다. 기술 상용화와 단말기 어포던스 그리고 편리와 재미에 기반한 중독성이 이런 스몸비 현상을 일으켰다.
메타버스는 아직 보편화되지 못한 새로운 기술이다. 관공서와 저작거리 한복판에서 볼 수 있고, 장삼이사의 손에까지 들어가야 '기술 상용화' 운운할 수 있다. 메타버스를 둘러싼 말잔치도 요란한 면이 없진 않다. 혹자는 메타버스를 고글을 쓰는 단순한 VR 기술로 간주하지만, 일본의 IT 사업가인 사토 가쓰아키는 메타버스를 신처럼 맘대로 가상세계를 창조한다는 측면에서 '신(神)의 민주화' 혹은 '인터넷 3차원화 혁명'으로 간주한다.
"메타버스 혁명이란 단순한 VR 기술의 혁명이 아니다. ①컴퓨터의 성능, ②통신 속도, ③3D CG기술이라는 세 가지 발전이 맞물린 '인터넷 3차원화' 혁명이다."(74쪽)
그리고 메타버스와 뇌과학, 메타버스와 우주 개발과의 융합을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메타버스만이 경제 부활의 열쇠가 될 수 있다며 강조한다.
저자는 기술의 본질적 특징을 다음 세 가지로 축약한다. '인간의 확장', '인간의 교육', 그리고 '손바닥에서 우주로'. 다시 말해서, "기술은 인간을 확장하고, 조만간 인간을 가르치며, 손바닥에서 시작되어 우주로 퍼져나간다"는 것이다. 기술 상용화는 개인에서 기업으로, 더 나아가 행정으로 이입되는 과정인데, 각각 3년 내지 5년 정도의 격차를 두고 퍼져 나간다. 그리고 "새로운 기술은 '과도한 기대'와 '과도한 환멸'에 교대로 노출되며 보급된다." 저자는 메타버스도 이런 흐름을 따를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