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할 권리 책고래숲 8
최준영 지음 / 책고래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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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의 핵은 '울음'이다. 울 줄 알고, 우는 이를 보면 다가가 보듬고 다독일 줄 알아야 '참사람'이다. 울음이란 '소통'의 원초적 형태다. 이런 울음과 소통의 자세를 적극 실천하는 이가 휴머니스트가 아닐까. 다만 작은 울음과 작은 소통, 큰 울음과 큰 소통의 차가 있는데, 이런 차이는 공명판이라 할 수 있는 인격의 그릇 크기에 따른 것이다. 조선의 대문호 연암 박지원이 『열하일기』에서 요동의 너른 벌판을 조망하면서 한번 크게 울어도 좋을 자리라고 한 대목도 같은 맥락이 아닐까 싶다.

나는 울보다. 양 쪽에 눈물점이 나 있는 그런 울보다. '거리의 인문학자' 최준영이 쓴 『가난할 권리』(책고래, 2023)를 보면서 세 번 울었다. 책은 20여년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 했던 저자의 감상과 의식을 나름 절제된 언어로 진솔하게 그리고 있다.

문사철로 대변되는 인문학을 우승 트로피처럼 과시하는 이도 있고, 맛동산 같은 소풍용 간식처럼 가끔가다 챙기는 이도 있고, 아무 쓸모도 없다며 개무시하는 이도 있다. 인문학을 소비하는 행태가 다양하듯, 인문학의 정의도 다양하다.

"삶의 의미를 궁구한다는 일반적인 정의에서부터 우주의 질서를 탐구하는 것, 시민의 자유와 책임에 대한 덕목을 일깨우는 것, 사물을 보는 새로운 시각을 갖기 위한 학구적 태도, 생명의 본질을 파악하기 위한 학문이라는 정의가 있다."(195쪽)

그런데 노숙인 등 소외 계층을 대상으로 한 '거리의 인문학'은 그 정의가 남다르다. 거리의 인문학은 '사람을 알기 위한 공부'다. "사람에 대한 새로운 이해, 사람 관계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저자에 따르면, 거리의 인문학은 노숙인으로 시작해, 자활 참여자, 재소자, 여성 가장, 어르신, 탈학교 청소년, 미혼모, 가난한 어르신 등 소외 계층 전반을 아우른다. 또한 기업체 CEO, 임직원, 주부, 공직자 등 사회 전역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고 한다. '거지 교수'라고도 불린 저자는 거리의 인문학을 이렇게 정의한다.

"거리의 인문학이 지속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소통이다. 사람과 사람의 소통, 개인과 집단의 소통, 시민과 사회의 소통, 나아가 피상의 나와 내면의 나와의 소통. 거리의 인문학에서 소통의 방법으로 채택한 것이 독서와 글쓰기였다. 책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내면과 소통할 기회를 만들고자 했던 것이다."(200쪽)

거리의 인문학을 관통하면 현실이 보인다. 이젠 '울보'인 게 전혀 부끄럽지 않다. 궁극의 '현타'를 겪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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