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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운명을 사랑하라 - 세상을 꿰뚫는 아포리즘 100
강준만 지음, 강지수 사진 / 인물과사상사 / 2023년 9월
평점 :
'아포리즘의 숲'에서 건져낸 문장들이 인간과 사회를 꿰뚫는 통찰력을 보여준다. 비판적 지식인 강준만의 『당신의 운명을 사랑하라』(인물과사상사, 2023)는 아포리즘의 참맛과 통찰이 무엇인지 단디 보여주는 책이다. 두 가지 독서법이 가능한데, 강준만의 '글감'을 위주로 읽으면 시대의 숨결과 맞닿은 문제의식을 폭넓게 접할 수 있고, 디자인을 전공하고 있는 아마추어 사진작가 강지수의 '사진'을 위주로 읽으면 또다른 풍경의 차원에 접속할 수 있다.
다종다양한 아포리즘이 각각 '꿈', '성공', '사랑', '상상력', '열정' 같은 키워드를 통해 제시되고 있는데, 키워드에 따른 글감의 연속은 주제를 관통하는 상상력의 나선순환을 부르고, 키워드를 단서 삼아 사진의 의미를 해석하거나 유추해 볼 수 있다. 가령 '꿈'에 대한 이야기는 이른바 TPO(시간, 장소, 상황)가 중요하다고 하는데, 글감 옆의 사진은 가을 단풍에 물든 외국의 어느 공원에 놓인 피아노를 전경화하고 있다. 혹자는 진정한 독서란 "우리의 목표와 열망, 꿈과 환상에 직접 말을 건네는 책”을 읽는 것이라고 했는데, 나는 아포리즘이 바로 그런 '진정한 독서' 혹은 본질적인 사색의 조건에 해당한다고 믿는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뉴스 때문인지는 몰라도, '열정'과 '증오', '광신'에 대한 아포리즘에 꽂히게 된다. 영국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인간의 집단 열정은 대개 사악하다"고 했다. 프랑스 작가 조르주 시므농은 "열정은 질병이다"라고 했다. 미국 심리학자 로버트 스턴버그는 "열정은 매우 충동적이고 격정적이어서 증오로 바뀌기 쉽다"고 했다. 이·팔 분쟁은 역사적으로 두껍게 누적된 열정, 증오, 광신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다. 각각 정의와 도덕을 빌미로 테러와 살육을 일삼고, 피해자 정체성을 내세워 불관용과 살육의 야만을 정당화하려고 든다. 저자 강준만은 "진실한 광신자를 가장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진실한 광신자의 사전엔 역지사지도 없고, 일말의 관용이나 타협도 없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