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여행 떠나는 카페
곤도 후미에 지음, 윤선해 옮김 / 황소자리(Taurus)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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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힐링 장소는 어디인가? 내겐 도서관과 카페가 바로 그런 여유로운 힐링 공간이자 마음의 안식처다. 도서관이 책으로 둘러싸인 지적인 분위기의 인지적인 힐링 공간이라면, 카페는 감미로운 커피향과 음악이 흐르는 감상적인 힐링 공간이다. 심지어 소독약 냄새가 자욱하고 휠체어로 어수선한 대학병원이나 의원의 빈약한 서가나 커피 자판기에서조차 그런 소박한 행복감을 잠시나마 느낄 수가 있을 정도다.

서른일곱 살의 '혼족' 에이코는 집순이다. 15년째 같은 회사(히노조명)에 다니고 있고, 바깥의 복잡한 인간관계보다는 작은 아파트의 거실 소파에 늘어져 있기를 즐긴다. 예술과 문화를 즐기는 도도한 교양녀 스타일도 아니고, 해외여행과 이국적인 연애를 즐기는 '바람의 딸' 유형도 아니다. 말그대로 커다란 지각변동 없는 잔잔한 일상의 무탈함에 만족하며 나 홀로 사는 그런 평범한 혼족 스타일이다.

그런 에이코가 어느날 '카페 루즈'를 알게 된다. 카페 사장님은 에이코의 전 직장동료였던 마도카다. 카페 루즈는 매달 1일부터 8일까지 휴무다. 주인장이 여행 마니아이기도 하고, 카페 콘셉트 자체가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카페'이기 때문이다. 마도카는 여행지에서 맛본 디저트나 음료를 카페 메뉴로 내놓는다. 가령 차갑고 농밀한 딸기수프(북유럽), 러시아풍 치즈케이크 추프쿠헨(독일), 월병(중국), 도보스 토르타(헝가리) 등이 그러하다.

"카페 루즈의 메뉴에는 커다란 특징이 있다. 마도카가 여행지에서 만난 먹거리들을 재현하거나, 식재 등을 공수해 오거나 하는 것이다. 먹어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는 음식과 음료가 메뉴를 가득 채우고 있다."(41쪽)

카페 루즈는 편안한 공간이다. 하지만 에이코를 비롯해 카페 루즈를 찾은 손님들은 제마다 불편한 사연을 품고 있다. 결혼 사기, 불륜, 주말부부, 유산 상속 등의 사연 말이다. 카페 음식과 대화가 멍든 마음의 반창고가 되어줄 수 있을까. 답은 긍정적이다.

"카페라는 곳은 신기한 장소이다.

거기에서 사람들은 비밀을 나누기도 하고 상담을 받기도 한다. 옆자리에 앉은 손님이나 점원들이 듣는 것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 주변 사람들 이야기는 흐르는 음악처럼 취급한다.

그러나 흘려들을지언정 사라져 버리는 것은 아니다."(1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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