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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의 부모를 이해하는가 - 관계의 원형, 상처의 근원인 부모 이해의 심리학
마스다 유스케 지음, 명다인 옮김 / 또다른우주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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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결핍은 만병의 근원이다. 부모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걱정과 두려움, 불신과 외로움만큼 아이 마음을 멍들게 하는 일도 없다. 자식의 마음이 일단 멍들면 부모에 대해 실망과 분노, 원망을 품게 된다. 어릴 때의 이런 원망은 커서도 앙금이 남기 마련이다. 심리학과 정신분석학은 개인의 유년시절과 양육자인 부모의 역할을 매우 중시한다. 집이 더이상 안전지대가 되지 못할 때, 부모가 포근함과 안전은커녕 두려움과 불안의 온상이 될 때, 아이의 마음이 피해의식과 자학으로 멍들 뿐만 아니라 가정과 사회 자체가 허물어진다.
일본의 정신과 전문의 마스다 유스케는 '와세다 마음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고, 45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셀럽 유튜버이기도 하다. 유튜브 '정신과 의사가 마음의 병을 설명해주는 채널'에서 부모와 자녀 사이에서 생기는 갈등 문제에 대한 진단과 해법을 전하고 있다. 내 주변을 둘러봐도 부모와의 관계로 괴로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정신과 의사나 임상심리사는 부모와의 관계를 모든 대인관계의 원형으로 파악한다. 다시 말해서, 현재의 인간관계에서 겪는 어려움의 대부분이 과거 부모와의 왜곡된 관계에서 기인한다. 추석이나 설날 같은 가족이 모이는 명절이 되면 꼭 사회면을 장식하곤 하는 불길한 뉴스가 이를 증명한다. 저자는 부모와 자녀 사이 문제가 일어나는 원인을 정신의학과 사회적 배경까지 아울러 고찰하고 있다. 특히 부모의 정신적인 문제, 발달장애 등과의 연관성을 강조한다.
"부모와의 관계는 한 인간의 '최초의 인간관계'다. 즉, 이후에 만나는 모든 사람과의 관계 형성의 기초가 된다. 친구, 학교 선생님, 직장 동료, 상사, 연인, 배우자 그리고 자녀와의 관계 모두 이 기초에서 출발한다."(6쪽)
여러분의 부모는 어떤 사람이었는가? 부모가 집착과 충동성을 보이는 발달장애(자폐 스펙트럼 장애,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 학습장애)가 있었을 수도 있고, 우울증이나 강박증 상태였을 수도 있다. 매우 무관심하거나 심각한 신체적 학대나 성적 학대를 가하는 '나쁜 부모'였을 수도 있다. 이런저런 부모 모습은 각자의 감정과 선입관에 따라 왜곡된다. 치료 과정은 바로 이러한 '부모상'의 인지 왜곡을 바로잡는 것이다. 부모상이 바뀌면 자아상도 바뀐다.
현대 사회의 특징은 20대가 넘어서까지 자녀를 돌보는 양육의 장기화다. 현대의 양육은 대략 25세까지 지속된다. 현대의 부모와 자녀 사이 문제는 '격차 문제'로까지 나아간다. 자녀의 직업 선택과 경력 개발, 사회적 성공과 자아실현까지 부모가 끼치는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 부모의 지식과 열성, 경제력이 자녀의 앞날을 좌우한다고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