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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가상 세계로 간다 - 피라미드부터 마인크래프트까지 인류가 만든 사회
허먼 나룰라 지음, 정수영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9월
평점 :
가상세계는 무한하다. 광활함을 논하자면 광대한 우주와 다를 바 없다. 우주가 지금도 팽창과 확장을 거듭하는 것처럼, 가상세계도 새로운 우주처럼 팽창과 확장을 거듭한다. '메타버스'란 말이 처음 내 귀에 들려왔을 때, 나는 그 출처가 할리우드 영화 제작소인 줄 알았다. '사이보그'나 '포스트휴먼' 같은 SF소설에나 나올 법한 말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더구나 우리말 '버스'의 간섭으로 인해 이미지가 좀처럼 미래지향적인 디지털 공간과 결부시키기가 껄그러웠다.
'가상세계'라는 말이 이미 있는데, 굳이 메타버스라는 말까지 써야 하나, 란 생각도 들고 말이다. 어쩌면 알맹이 없는 '제4차 산업'처럼, 한때 반짝 인기를 끌다가 곧 거품처럼 사라질 그런 '반짝 흥행어'가 되지 않을까 우려했다. 왜 있지 않은가, '홍박사를 아세요'처럼 방송에서 신조어나 밈 만들기 좋아하는 관종들이나 내세울 법한 그런 유행어 말이다. 혹자는 메타버스를 현대 인류가 아직 정복하지 못한 미지의 땅으로 간주하지만, 기실 구석기 선사시대부터 메타버스는 존재했다. 꿈과 신화, 동굴벽화는 원시인들의 전형적인 메타버스였기 때문이다. 인류 역사와 함께 해온 가상 세계는 인류의 호기심과 상상력의 종착지다.
가상 현실 소프트웨어 회사인 임프라버블의 CEO인 허먼 나룰라는 『우리는 가상 세계로 간다』(흐름출판, 2023)에서 가상 세계를 현실 세계와 상호 작용하며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창출하는 곳으로 정의한다. 저자가 말하는 좋은 메타버스란 내적 동기와 자기 결정성을 충족시키며, 다른 사람과 충분한 상호 작용이 가능하고, 현실 세계와 가치 교환이 가능한 기술력이 있는 메타버스다. 저자는 철학, 역사, 사회 그리고 사업과 기술적 관점에서 메타버스를 해석하고 가상 경제의 가능성을 정리하고 있다. 저자는 이집트의 피라미드, 희랍의 올림푸스로 대표되는 고대 가상 세계부터 최초의 온라인 가상 현실 게임인 「해비타트」를 비롯해 「이브 온라인」「로블록스」「마인크래프트」와 같은 게임의 형태로 만들어진 현대의 가상 세계까지 다종다양한 가상 세계의 편린들을 톺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