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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철학 입문 - 후설에서 데리다까지 ㅣ 북캠퍼스 지식 포디움 시리즈 2
토마스 렌취 지음, 이원석 옮김 / 북캠퍼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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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효용은 윤리와 비판에 있다. 도덕철학(윤리학)과 비판철학은 실생활에 도움을 준다. 가령 우리가 익히 아는 사르트르와 카뮈로 대변되는 실존주의 철학은 윤리학과 비판철학의 교집합에 해당한다. 반면에 영미든 프독이든 '철학과'에서 배우는 철학은 실생활과 동떨어진 경우가 많다. 가령 영미 강단철학의 주류는 언어학과 논리학과 결부된 분석철학이다. 신정론 수업을 들을 때 분석철학에 기댄 학술논문을 읽는 경험은 그리 유쾌하지 못했다. 우리가 문화이론 수업이나 학부 교양과목에서 접하는 현상학, 해석학, 비판이론, 포스트모더니즘 등은 아직도 '일진'과는 거리가 멀다. 나는 한동안 주류와 동떨어진 이런저런 철학 유파를 '일진'이라고 여기며 맹렬히 공부한 적이 있었다. 지금은 사회적 구성주의를 넘어 비판적 실재론을 읽고는 있지만, 현학적 쓸모 외에 그 어떤 유용함이 있는지 강한 의문이 든다.
독일 철학자 토마스 렌취는 《20세기 철학 입문》(북캠퍼스, 2023)에서 20세기 철학의 구성 요소를 두루 소개한다. 여기엔 실존철학, 마르크스주의, 프래그머티즘의 언어분석과 논리적 개념 분석, 문명 비판이나 도덕 비판, 정신분석, 상대성이론 등이 포함된다. 현대 철학의 식탁에 오를 수 있는 메뉴는 아낌없이 차려놓은 셈이다. 특히 저자는 20세기 철학의 가장 중요한 업적으로 "비트겐슈타인의 언어분석, 하이데거의 존재론, 아도르노의 소외와 물화 비판 등"을 꼽는다. 나름 문화연구자의 멤버로서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솔까말, 현상학은 일종의 인지적 늪지대다. 독일이든 프랑스든 현상학은 학자 개인의 취향과 수준이 모든 걸 좌우한다. 현상학을 창시한 에드문트 후설의 대표작을 읽었다 해서 하이데거나 레비나스의 책들이 쉽게 이해되는 건 아니다. 나는 철학 입문자들에게 윤리학과 비판철학 같은 실천철학을 늘 권장하는 편이다. 비판이론의 경우, 그 출발점이 프랑크푸르트학파라면 도착지는 푸코나 들뢰즈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