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아름다운 나태주의 동시수업 작고 아름다운 수업
나태주.나민애 엮음 / 열림원어린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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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진한 마음을 간직하기 위한 몇 가지 팁이 있다. 이런 팁들은 성공, 경쟁, 승패, 승진, 명성과 같은 현실적인 이해타산과는 거리가 멀다. 내가 보기에 자비명상이나 기도와 같은 다소 종교적이거나 영적인 모드 외에, 동시를 읽고 외우는 낭송 모드도 큰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흔히 동시는 어린이나 유아를 위한 시, 혹은 어르신들이 손자손녀의 문해력을 위해 들려주는 '쉬운 시'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지만, 기실 동시는 잡다한 부분을 최대한 도려낸 시이기에 생각만큼 쉬운 쉬는 결코 아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동시는 매우 짓기에 까다로운 시이다. 단순히 소재가 해와 달과 별, 나무와 꽃과 풀 같은 자연을 노래했다고 다 동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동시는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어린이들을 위한 시', 그리고 '어린이 마음을 담은 시'. 나태주 시인은 동시는 어른들도 어린이 마음을 다시 가져 보게 만든다고 말한다. 나 시인의 따님인 문학평론가 나민애는 동시는 인생에서 제일 먼저 접하게 되는 '최초의 시'이자 맑고 밝고 곱기가 으뜸인 '최고의 시'라고 강조한다. 동시를 아끼고 사랑하는 두 어른이 국내 최고의 동시를 선별해 모았다. 바로 『작고 아름다운 나태주의 동시수업』(열림원어린이, 2023)이다.

흥이 넘치는 한국인에게 동시는 그대로 노래가 된다. 유명한 동요로 알고 있던 노래들이 실은 동시였다. 강소천의 「꼬마 눈사람」(한겨울에 밀짚모자 꼬마 눈사람/ 눈썹이 우습고나 코도 삐뚤고…), 권오순의 「구슬비」(송알송알 싸리잎에 은구슬/ 조롱조롱 거미줄에 옥구슬…), 김소월의 「엄마야 누나야」(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 모래빛…), 박경종의 「초록 바다」(초록빛/ 바닷물에/ 두 손을 담그면…), 박홍근의 「나뭇잎 배」(낮에 놀다 두고 온 나뭇잎 배는/ 엄마 곁에 누워도 생각이 나요…), 박화목의 「과수원 길」(동구 밖 과수원 길/ 아카시아 꽃이 활짝 폈네…), 어효선의 「꽃밭에서」(아빠하고 나하고 만든 꽃밭에/ 채송화도 봉숭아도 한창입니다…), 윤석중의 「어린이날 노래」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 달려라 냇물아 푸른 벌판을…)등이 대표적이다.

디지털 시대에 걸맞게 '헤이 구글'을 통해 시를 보면서 노래도 같이 들어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러고보니 동심을 지닌 이들 시인에 대해서도 좀더 알아볼 걸 그랬다. 동시를 지은 이들의 삶의 역정이 어떠했는지 무척 궁금해진다. 이들이 행복하고 아름다운 삶의 나이테를 그려냈을지, 만약 그랬다면 어떤 영롱한 삶의 문양을 드러냈을지 궁금하다.

우리 동시는 한국적 정서의 고갱이를 보여준다. 그런데 동시를 읽다보면 왠지 모르게 가벼운 미소와 동시에 약간의 애상에 젖어들 때가 있다. 왜일까. 치열한 가뭄에 내리는 단비를 맛볼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상쾌함보단 그리움과 애잔함이 잔향처럼 밀려오는 것은 왜일까. 한국의 현실이 "꽃 피는 봄 여름 생각하면서" 휘파람만 불고 있는 '겨울나무'와 같아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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