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 마음의 위기를 다스리는 철학 수업 마흔에 읽는 서양 고전
강용수 지음 / 유노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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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이 타듯 마를 때 마시는 한 잔의 물처럼, 마음에 남는 한 줄의 말이 거친 삶을 살아내게 하는 힘이 되곤 한다. 나는 어릴 때부터 니체의 사상과 글에 심취한 니체주의자였다. 내게 니체의 어록은 삶의 고통을 견딜 수 있는 진통제가 되기도 했고, 좌절을 그치고 한걸음 더 분발할 수 있게끔 격려하는 응원가가 되기도 했다. 니체가 내게 그러했듯, 누군가에겐 쇼펜하우어의 말과 글이 바로 그런 진통제나 응원가가 되어주지 않을까.

철학자 강용수의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유노북스, 2023)는 '마흔의 삶에 지혜를 주는 쇼펜하우어의 30가지 조언'을 담은 교양서다. 인생의 지혜가 담긴 쇼펜하우어의 어록에 저자의 감상을 담고 있는데, 저자 소개란에 "쇼펜하우어와 니체 철학을 바탕으로 자기 긍정과 행복을 위한 방법을 전하고 있다"는 대목이 내 주의를 끌었다.

쇼펜하우어나 니체나 모두 대중의 오해를 산 측면이 있다. 가령 쇼펜하우어는 자살을 찬미한 염세주의자로 알려져 있고, 니체는 허무주의 철학의 나팔수로 알려져 있는 것처럼 말이다. 사실 쇼펜하우어는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론에 충실한 후계자다. "삶의 지혜는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 기술이다"라는 그의 명언이 이를 증명한다. 쇼펜하우어의 주저는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와 《소품과 부록》이다.

인생은 고난과 고통의 연속이다. 그래서 "현자는 쾌락이 아니라 고통이 없는 상태를 추구한다." 고통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성공, 부, 명예와 같은 '가짜 행복'을 좇는 고통이고, 다른 하나는 '진짜 행복'을 좇는 고통이다. 진짜 행복은 불가의 용어를 비릴면 '수처작주'의 주인공 정신에 있다. 진짜 행복을 좇으면 "자기 자신을 긍정하는 마음, 타인에게 비굴하지 않는 당당함, 스스로의 힘으로 살 수 있는 품격"을 얻게 된다. 반면에 가짜 행복을 좇으면 '고통'과 '무료함'에 시달릴 뿐이다.

"인간의 행복을 가로막는 두 가지 적수가 고통과 무료함인데, 우리의 인생이란 이 두 가지 사이를 오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외적으로는 궁핍과 결핍이 고통을 낳는 반면 안전과 과잉은 무료함을 낳는다. 따라서 하층 계급 사람들은 궁핍의 고통과 끊임없이 싸우는 반면 부유하고 고상한 세계의 사람들은 무료함을 상대로 싸움을 벌인다."(36, 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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