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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다른 길의 선택들 - 예측할 수 없는 내일을 위한 헤일 메리의 법칙
윌리엄 L. 실버 지음, 김경애 옮김 / 청림출판 / 2023년 9월
평점 :
신중한 쥐도 구석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 이를 유식한 말로 '헤일 메리 효과'라고 한다. 미식축구의 헤일 메리 패스에서 온 말이다. 경기 종료 1분 전, 미식축구의 쿼터백이 역전을 노리며 과감하게 던지는 마지막 승부수가 바로 헤일 메리 패스다. 쉽게 말하면, 사람들은 잃을 것이 없을 때 큰 위험을 감수한다는 얘기다. 주식 투자의 경우, 투자자가 잃을 것이 없는 상황에서 그간의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큰 한방을 노리고 위험한 종목에 투자하는 경우도 헤일 메리 효과에 해당한다. 인종차별, 질병, 전쟁, 망명 등 비상 상황에서 평소 신중한 사람들이 손익비대칭을 접하게 되면 위험을 감수하면서 매우 과감한 결단을 내리곤 한다. 그런 결단이 간혹 세상을 바꾸고 역사의 흐름을 뒤바꾼다.
"손익 비대칭은 대담한 행동을 부추겨 빛나는 별이 될 기회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그릇된 행동으로 이어져 집단적으로 대등해야 할 부정적인 결과를 낳기도 한다."(25쪽)
경제학자 윌리엄 L. 실버는 《막다른 길의 선택들》(청림출판, 2023)에서 '더 잃을 게 없다'라는 전략이 과감한 행동을 부추길 수 있다는 헤일 메리 효과를 극명하게 보여준 역사적 사례들을 두루 들려준다. 인종 차별에 저항한 인권 운동가 로자 파크스, 전 미국 대통령 우드로 윌슨과 포퓰리스트 도널드 트럼프,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아돌프 히틀러, 영국의 베어링스 은행을 파산시킨 '악덕 트레이더' 니컬러스 리슨, 타밀 호랑이 테러리스트들, 스타 운동 선수 비너스 윌리엄스, 망명을 원하는 난민에 이르기까지 막다른 길에서의 선택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불확실성을 뒤집어 최고의 성과로 만든 두려움 없는 사람들의 사례를 접하면서, 나는 헤일 메리 효과란 기실 '사이코패스 전략'의 일종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저자가 언급한 정치인, 변호사, 기업인, 세계적인 운동선수는 실제로 사이코패스 성향이 높은 직업으로 유명하다. 사이코패스의 강점은 냉정한 판단과 행동을 할 수 있는 '차가운 인지' 능력인데, 이 능력이 결과가 불투명한 위기상황에서 빛을 발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잃을 게 아무 것도 없는 자들이 간혹 이런 사이코패스적 전략에 빠져드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