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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인간 - 오야부 하루히코 문학상 수상작
츠지도 유메 지음, 장하나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8월
평점 :
원인과 이유를 적확히 지적할 수 없는 범죄를 이상동기범죄라고 한다. 흔히들 '묻지마 범죄'라고 부르는 유형인데, 이런 길거리 범죄를 저지르는 살인자에 대한 뉴스로 세상이 시끄럽다. 이른바 묻지마 범죄를 저지른 범인들의 생애사를 들춰보면 몇 가지 공통점이 보인다. 사회적 분노에 피해 망상 같은 정신과적 질환이 더해지고 무고한 시민에 대한 무차별적 테러가 자행된다는 점 외에도, 길위의 살인자 대다수가 기실 이들의 보호자가 오랫동안 방임한 '그림자 인간' 유형이었다는 점도 중요하다. 홈리스나 무호적자 같은 그림자 인간들이 저지르는 사회 범죄보다도, 그런 그림자 인간을 방임하거나 양육한 인간들이 저지른 일상적 악의 행태가 더 엄중하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이십대 여성이 헤어지자는 남자친구를 뒤에서 칼로 찔러 현행범으로 체포된다. 연인이나 부부간에 벌어지는 치정에 의한 돌발 범행이자 살인미수 사건이다. 피의자의 이름은 하나, 그런데 그녀가 검찰에서 자백을 번복한다. 사건을 맡은 강력계 형사 모리가키 리호코는 하나가 이름도 주민번호도 없는 무호적자임을 알게 된다. 하나가 구속에서 풀려나자, 리호코는 연민반 걱정반으로 몰래 하나의 뒤를 밟는다. 하나가 가나우치 식품 공장 뒤편의 대형 창고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 창고 입구 벽에 수상쩍은 공동체 '유토피아'를 알리는 종이 문구가 붙어있다. "여기는 수호받는 유토피아. 형제의 은혜에는 은혜를, 원수에게는 자애를, 힘을 제하고 합을 유지하라!" 사이비 집단의 혀는 언제나 꿀처럼 달콤한 법이다.
유토피아는 국가와 사회, 심지어 혈연에게서도 버림받은 무호적자들이 모인 집단공동체다. 허름한 창고에서 열다섯 명이 살고 있는데, 식품 공장에서 주간과 야간 2교대제로 일하고 있다. 리호코는 혹시나 악덕 경영자가 사회적 약자인 무호적자를 착취하고 있는 건 아닐지 의심한다. 그러다 유토피아의 리더인 료와 하나가 함께 버려진 아이였고 남매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1996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새장 사건'을 떠올리게 된다. 새장 사건이란 보호자의 오랜 육아 방임으로 빌라에 갇혀 지내던 어린 남매가 새의 사체와 함께 생활을 하다 구조되는데, 남매가 이후 아동복지시설에서 지내다 누군가에게 유괴를 당하고 만 미제사건이다. 리호코는 하나의 살인미수 사건과 새장 사건 모두 공동체 유토피아와 연관이 있다는 실마리를 발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