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삶이 된다 - 지치지 않고 꿈을 실현한 청년의사 폴 파머 이야기
트레이시 키더 지음, 서유라 옮김 / 디케이제이에스(DKJS)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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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을 보다 살기 좋은 세상으로 바꾸기 위해 헌신하는 이들이 있다. 배우 맷 데이먼과 벤 애플릭이 총괄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 〈벤딩 디 아크〉는 빈곤과 불평등, 질병을 퇴치하기 위해 헌신한 용감한 세 영웅의 족적을 기록하고 있다. 바로 의사 폴 파머, 의사 김용(Jim Yong Kim), 그리고 사회정의실현 운동가 오필리아 달(Ophelia Dahl)이다. '21세기 슈바이처'라 불리는 폴 파머는 세계적인 전염병 전문가이자 인류학자이기도 하다. 퓰리처상 수상 작가이자 논픽션 서사의 대가인 트레이시 키더는 《꿈은 삶이 된다》(DKJS, 2023)에서 빈민을 위해 헌신한 폴 파머의 의료활동과 선한 영향력을 그의 생애사를 되짚어가며 독자들에게 생생히 전달하고 있다. 파머의 유년과 대학시절, 하버드 의대에 재학하는 동시에 캉주를 오가며 의료활동을 펼치던 시기, 그리고 국제의료 구호단체 PIH를 설립하고 에이즈, 다제내성 결핵 등 세계를 휩쓴 질병 퇴치에 앞장서는 모습을 그려낸다.

'산 너머에 또 산이 있다'라는 아이티 속담이 있다. 여기서 '산'을 '가난', '불평등', '질병'으로 대치해보자. 가난 너머에 또 가난이 있다고, 불평등 너머에 또 불평등이 있다고, 질병 너머에 또 질병이 있다고, 그리고 절대 빈곤과 불평등 너머에 또 질병과 죽음이 있다고 말이다. 그러면 아이티나 페루처럼 기본의료와 지역보건이 턱없이 부족한 헐벗고 배고픈 나라의 사람들이 처한 지옥같은 상황이 보다 명확해진다. 폴 파머와 김용 그리고 오필리아 달은 이런 부조리한 상황을 개선하고자 노력했다.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에 대한 예의를 그 누구보다 통절히 깨달았기 때문이다.

파머는 1987년 보스턴에 본부를 둔 소규모 비영리단체인 '파트너스 인 헬스(Partners in Health, PIH)'를 설립하고, 아이티의 빈민촌 캉주에 '장미 라장테'라는 병원을 설립한다. 장미 라장테는 '보건을 위한 파트너들'이라는 뜻으로, '파트너스 인 헬스'의 크리올어다. 장미 라장테에 의존하는 농민 인구는 약 100만 명 가량으로 추정된다. 장미 라장테는 진료뿐만 아니라 집과 학교를 세우고 공공 위생시설과 상수도를 건설하는 등 동네의 주택환경 개선 프로젝트도 함께 진행했다. 후원자 톰 화이트의 통큰 기부가 없었다면 이루기 힘들었을 업적이다. 통찰력이 뛰어난 인류학자 마거릿 미드는 이렇게 말한 바 있다. "확고한 신념을 가진 개인으로 이뤄진 작은 집단의 크기만 보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그들의 능력을 과소평가하지 말라. 실제로 세상을 바꾼 이들은 그들뿐이었다." PIH와 장미 라장테에 가장 잘 어울리는 찬사가 아닐까 싶다.

폴 파머는 '21세기 슈바이처'란 별명 외에도 여러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가령 '국제보건의 아버지', '현대판 로빈 후드', '세상을 고치는 의사' 등이 대표적이다. 그런 파머의 인생 롤모델이 바로 병리학자 피르호다. 피르호는 종합적인 시각으로 병리학과 사회의학, 정치학, 인류학을 하나로 통합한 선구자다. 파머가 가장 좋아하는 그의 명언은 다음과 같다.

"의사는 가난한 자들의 타고난 대변인이며, 많은 사회적 문제를 직접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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