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내공 - 내가 단단해지는 새벽 공부
조윤제 지음 / 청림출판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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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 고전이 추구하는 이상적인 인격체는 성인군자다. 성인의 양대 조건이 '내성외왕'이고, 궁극의 경지가 '천인합일'이다. 내성외왕은 안으로는 성인이요 밖으로는 군주라는 뜻인데, 달리 말하면, 내공이 쌓이면 성인이 되고 외공이 쌓이면 리더가 된다는 의미로 풀 수 있다. 사적인 윤리의 이상과 공적인 정치의 이상을 모두 구현할 수 있는 이가 '찐성인'이라는 얘기다. 현대인은 옛사람보다 꿈이 소박하고 자족적이다. 왜냐, 현대인은 성인군자를 동양 고전 속의 초월적 이데아로 간주하면서 '어른'을 보다 실질적인 인격의 완성체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어른스러움'이 '군자다움'을 대체하는 시대적 화두가 된 셈이랄까.

저자 조윤제는 '어른스러움'의 세 가지 요건으로 격(格), 치(治), 기(氣)를 내세운다. 바로 품격, 리더십, 호연지기다. 격(格)이란 삶을 대하는 각오에서 자연스럽게 발산되는 품격이다. 가령 품격 있는 언행은 나와 상대를 함께 높인다. 치(治)란 현재 일어나는 일의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상황을 해결하는 리더십이다. 리더십이 있으면, 사람에 대한 이해가 적절한 말의 능력으로 나타나게 된다. 기(氣)는 상대를 제압하는 굳건한 기개나 단단한 기세를 말한다.

저자는 리더의 내공, 즉 격, 치, 기를 기르는 가장 좋은 방법이 성현의 실천적인 지혜가 녹아든 동양 고전과의 접속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이 책 『천년의 내공』(청림출판, 2023)에서 중국의 국학대사인 지셴린(季羨林, 1911~2009)이 중국 인문고전에서 선정한 148개의 주옥같은 명구 가운데 90여 개를 선택해 그 내용을 쉽게 풀었다.

독자에게 첫 번째로 소개하는 명구는 《맹자》 〈등문공〉에 나온 다음 구절이다.

"부귀를 가졌어도 부패하지 않고, 가난하고 힘들어도 포부를 버리지 않고, 권위와 무력에도 굴복하지 않는다."(30쪽)

대장부의 어른스러움을 가장 상징적으로 드러낸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한편, 마지막으로 소개하는 명구는 당대 시인 이백의 〈행로난〉의 한 구절이다.

"큰 바람이 물결 헤치면 구름 돛 달고 드넓은 바다로 나아가리."(336쪽)

우호적이고 희망찬 미래를 지향하는 분위기가 느껴진다. 2014년 우리나라를 방문한 시진핑 국가 주석이 서울대 강연에서 인용한 싯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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