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든다는 착각 - 몸과 마음에 대한 통념을 부수는 에이징 심리학
베카 레비 지음, 김효정 옮김 / 한빛비즈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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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관념은 힘이 세다. 끈끈이처럼 어떤 것에도 잘 들러붙는다. 고정관념은 인종, 성별, 민족, 나이 등에 특히나 잘 들러붙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두텁게 고착된다. 그리고 이내 차별과 증오의 마그마로 폭발하게 된다. 인종 차별, 성별 차별, 민족 차별, 연령 차별, 계급 차별이 발생하는 사회심리적 배경이다. 노화심리학자 베카 레비는 나이에 대한 고정관념의 부정적 효과를 탐구한 전문가다. 저자는 노화가 생리적 현상을 뛰어넘는 사회적, 심리적 과정이라고 단언한다.

아무리 경로 사상이 세상에서 가장 발달한 한국사회라고 해도, 대다수 한국인들의 머릿속 '노인' 이미지는 대체로 부정적이다. 가령 ‘느리다, 아프다, 괴팍하다, 고집불통이다’와 같은 식이다. 만약 다 큰 자녀에게 툭하면 "너도 내 나이 되어봐라"란 소리를 자주하는 고령의 부모가 있다면 큰 잘못을 범하고 있는 셈이다. 노화를 핑계로 삼는 이런 소리가 결국 자녀의 부정적인 연령 인식을 부추기고 강화시켜 자녀의 심신 건강을 해치기 때문이다. '노인 건망증'이란 표현이 있지만 노인의 기억력 저하가 항상 기정사실은 아니다. 특정 유형의 기억력은 나이가 들면서 오히려 더 좋아진다. 나이가 들수록 뇌는 퇴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고정관념에 불과하다. 뇌의 가소성을 고려한다면 늙은 뇌도 얼마든지 재생하고 발달한다.

저자는 몸과 마음의 상호작용에 착안하는데, 마음이 몸에 끼치는 영향력을 크게 강조한다. 우리의 사고방식과 믿음이 우리의 행동, 치유 능력, 수명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저자의 핵심 논점은, 방송 프로 '골때녀'의 구척장신 팀을 떠오르게 한다. 그 팀의 슬로건이 바로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이다. 저자의 연령 인식과 나이에 대한 고정관념 연구도 결국 '구척장신' 팀의 슬로건과 맞물린다. 연령 인식은 과학적 사실보다는 문화적 편견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만약 나이와 노화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꾸고 긍정적 연령 인식을 지닌다면 우리의 노화와 수명에 매우 이로운 영향을 줄 것이다.

마음이 몸을 바꾸는 심리 메커니즘은 어떤 방식일까. 저자의 '고정관념 체화이론(SET)'에 따르면, 나이 고정관념은 다음 네 가지 메커니즘에 따라 우리의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평생에 걸친 내재화: 어릴 때부터 평생에 걸쳐 사회에서 흡수되어 내재화된다.

▶무의식적 작용: 무의식적으로 작용한다.

▶나이 고정관념의 자기 관련성: 자기 관련성이 생기면서 영향력이 커진다.

▶건강에 영향을 주는 세 가지 경로: 심리, 생체, 행동 경로를 통해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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