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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이유가 있다 - 고수가 들려주는 인생의 비밀
한근태 지음 / 클라우드나인 / 2023년 7월
평점 :
이론과 경험은 비율이 맞아야 한다. 병법서를 달달 외운 풋내기 장수의 경우를 떠올려보라. 성어 '읍참마속'의 전고를 안다면, 이론은 능한데 경험이 부족하면 생기는 병폐에 대해 토를 달 필요가 없을 것이다. 모든 일에는 다 이유가 있다. 그 이유를 설명하는 게 바로 이론이고 경험치다. 이론은 현상의 전후 맥락을 설명하고 해석하는 틀이다. 그 틀은 과학적일 수도 있고 비과학적일 수도 있다. '거리의 이론'이라 부를 수 있는 경험치라는 것도 순전히 개별적인 경우도 있고 보다 대중적인 보편적 경험치도 있는 법이다. 경험치도 수준과 격이 있다. 우리가 인생고수의 경험치에 주목하는 이유다.
인생 멘토 한근태의 《다 이유가 있다》(클라우드나인, 2023)는 '가난이 소중한 이유', '나눠야 하는 이유', '다른 사람을 만나야 하는 이유', '로마가 멸망한 이유', '마음에 들지 않는 이유' 등, 마치 '호기심 풀이 사전'처럼 꼬리에 꼬리를 무는 다양한 궁금증을 조용헌, 정혜신, 팀 페리스, 팀 하포드 같은 인생고수의 탁견이나 개인의 견해에 기초해 풀어내고 있다. 이유에 대한 각각의 설명은 전문적인 과학 이론보다 고수의 경험치나 직관에 근거한 경우가 더 많다. 이를테면 '노력해도 안 되는 이유'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풀어낸다.
"할 수 있는 일에 힘을 쓰고 할 수 없는 일을 포기하는 것이 지혜다. 세상에는 세 종류의 일이 있다. 내가 할 일, 남이 할 일, 하늘이 할 일이 그것이다. 노력한다고 모든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지혜는 그걸 구분하는 것이다."(57쪽)
'모든 일에는 다 이유가 있다'는 핵심 논조 배후엔 동양의 카르마 이론이 깔려 있다. 선업이든 악업이든 다 그럴 만한 사정이 있다는 얘기다.
"선불망래善不妄來 재부공발災不空發이란 말이 있다. 좋은 일은 까닭 없이 찾아오지 않고 재앙은 그냥 일어나지 않는다. 모든 일에는 다 이유가 있다는 말이다. 모든 일에는 다 그럴 만한 사정이 있는 법이다. 그러니 사정을 모른 채 함부로 비난하거나 비판하면 안 된다. "(8, 9쪽)
'남 얘기를 많이 하는 이유'에 대한 대목도 귀담아들을 만하다. 직업이 기자나 평론가가 아니라면 '남 얘기'는 되도록 자제하는 것이 좋다.
"자기 인생이 재미있는 사람은 남 얘기 따위에는 별 관심이 없다. 할 일이 없는 경우에도 남 얘기를 많이 하게 된다. 하루하루가 심심하고 무료한 사람에게 남에게 일어나는 사건 사고는 그 자체로 더 이상 좋을 수 없는 얘기 소재다. 책을 읽지 않아도 남 얘기를 많이 하게 된다. 공부하지 않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소재는 남 얘기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난 남 얘기를 많이 하는 사람을 피하려 한다."(53쪽)
리더를 '똑부, 똑게, 멍부, 멍게'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한 것도 뇌리에 남는다. 똑부는 똑똑하고 부지런한 리더, 똑게는 똑똑하고 게으른 리더, 멍부는 멍청하고 부지런한 리더, 멍게는 멍청하고 게으른 리더를 말한다. 최악의 리더는 멍부이고, 다음이 멍게, 차선은 똑부, 최선의 리더는 똑게다. '습관적인 만남이 위험한 이유'에 대한 대목도 곱씹어볼 만하다. 만나는 이유를 기준으로 크게 네 가지 유형의 만남을 가리는데, "이유가 있어도 만나지 않는 사람, 이유가 없어도 만나는 사람, 이유가 있어야 만나는 사람, 이유를 만들어 만나는 사람이 그것이다".
물론 고개를 살짝 갸우뚱하게 만드는 대목도 없진 않았다. 가령 '기계치가 좋은 이유'는 수필 '가난한 날의 행복'처럼 아전인수격에 가깝고, '대만이 일본에 너그러운 이유'에 대해선 딱 한 구절을 달았는데, "워낙 본토 사람들에게 심하게 당했기 때문이다"라고만 했다. 틀린 말은 아닌데, 다만 이런 반사적 이유만으로 일본을 향한 대만의 뿌리깊은 숭배심리를 설명하기엔 태부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