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돌보는 뇌과학 - 더 좋은 기분, 더 좋은 삶을 위한 뇌 사용법
안데르스 한센 지음, 이수경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진화생물학은 행복보다는 '생존과 번식'에 방점을 찍고, 긍정심리학은 생존보다는 '행복'에 방점을 찍는다. 둘은 차이점도 있지만 공통점도 적지 않다. 둘 다 우리 심신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관심이 많다. 가령 진화생물학은 진화의 관점에서 뇌를 망치는 습관을 뇌를 살리는 습관으로 변화시키는 데 중점을 둔다. 그리고 긍정심리학은 부정적인 기분과 태도를 긍정적인 것으로 변화시키는 데 중점을 둔다. 다시 말해서, 진화생물학과 긍정심리학 모두 "일상을 방해하는 부정적 기분의 소용돌이에서 어떻게 빠져나올 것인가?"에 대한 과학적인 해답을 제시한다. 더 좋은 기분을 느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과학적으로 검증된 방법을 제시한다는 공통점이 있는 셈이다.

현대인은 만성 스트레스 상태에서 살아간다. 우리 뇌는 여전히 수렵채집인의 원시적 삶에 맞춰져 있는데, 오늘날 콘크리트 사막과 디지털 숲에서 생활하고 있으니 일상적인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가 없다. 우울, 불안, 공허, 외로움, 권태 등은 너무나 흔한 감정이 되어 버렸고, 프로이트 정신분석학 덕분에 이들 부정적인 감정과 기분은 제거 대상이 되었다. 게다가 일부 대중심리학 때문에 불안과 우울증을 뇌의 고장이나 마음의 감기 탓으로 돌리곤 한다.

하지만, 스웨덴의 정신과 의사이자 과학 저술가인 안데르스 한센은 뇌는 행복이 아니라 생존과 번식을 위해 발달했고, 우울, 불안, 스트레스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도 기실 뇌가 생존을 위해 만들어낸 것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마음을 돌보는 뇌과학』(한국경제신문, 2023)에서 인류학과 진화생물학, 정신의학과 뇌과학 연구를 통해 마음의 메커니즘이 여전히 수렵채집인의 뇌에 기반하고 있고, 뇌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행복이 아니라 생존이기에, 스트레스, 공황장애, 강박장애, ADHD, PTSD, 자폐 스펙트럼 등은 뇌가 고장난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만들어낸 것이라고 지적한다.

정신과 의사의 주요 처방은 약물 치료와 인지행동 치료다. 마음을 돌보는 인지행동 치료의 고전적 기원은 그리스 로마의 스토아 철학과 관련이 깊다. 가령 불안을 다룬 에피쿠로스, 키케로, 세네카 등의 철학 담론이 그러하다. 저자는 스토아학파의 불안 대처법을 "세계 최초의 인지 행동 치료 매뉴얼"이라고 높이 평한다.

"20년 가까이 의사로 살면서 확실히 깨달은 점이 있다. 인간의 건강과 정서적 안정에 관한 한 가장 커다란 성과를 올리는 길은 탁월한 연구를 완성하는 것도, 더 많은 이들에게 향정신성 약물을 처방하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이다. 우리는 최첨단 기술과 무관한 구식 방법으로 가장 큰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즉 사람들에게 필요한 지식을 알려주는 동시에 몸을 움직여 더 걷고 사랑하는 이들을 더 자주 만나도록 독려하는 것이다."(226, 227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