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안에 갇힌 사람들 - 화면 중독의 시대, 나를 지키는 심리적 면역력 되찾기
니컬러스 카다라스 지음, 정미진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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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적인 삶은 단순한 삶이다. 단순한 삶과 멀어질수록 인간은 그만큼 '비인간화'의 각종 불량 증후군에 시달리게 된다. 반대로, 단순한 삶에 머무를수록 더 자연스럽고 안정되고 건강한 일상을 누릴 수 있다. 문제는 디지털 문명에 찌든 삶은 이미 단순한 삶에서 아주 멀리 가 있다는 데 있다. 우울, 공황, 불면, 불안 등 각종 정신적 문제와 약물 중독 문제가 범람하는 사회적 배경에 바로 디지털 기술 중독이 자리하고 있다. 2015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앵거스 디턴은 '절망사'란 개념을 제시한 바 있는데, 이는 자살, 약물 과다 복용,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사망을 뜻한다. 미국 청소년 사망의 대부분이 절망사이고, 절망사의 배후에 과도한 디지털 중독이 도사리고 있다. 특히 코로나 19는 비대면 접촉과 원격 생활을 일상화해서 디지털 중독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미국의 정신 건강 및 중독 전문 심리학자 니컬러스 카다라스는 디지털 기기가 '디지털 헤로인'이라는 악습관을 형성시킨다고 지적한다. 마치 마약 중독처럼, 디지털 화면이 우울증, 불안, ADHD(주의력 결핍 및 과잉 행동 장애), 자해에 대한 생각을 부추길 수 있다는 얘기다. 일찍이 카를 마르크스는 종교를 인민의 아편이라고 불렀는데, 지금은 종교의 자리를 디지털 화면이라는 최신 아편이 대신하고 있다는 비유이기도 하다. 저자는 신작 『손 안에 갇힌 사람들』(흐름출판, 2023)에서 디지털 기술에 대한 과도한 집착과 소셜 미디어 중독이 청소년과 젊은 성인에게 끼치는 악영향에 대해 설명하고, 최첨단 '디지털 디톡스'보다 더 효과적인 고전적인 해독제를 처방한다.

저자의 표현을 빌면, 우리는 우리를 중독시키고 노예화할 뿐만 아니라, 감시하고 세뇌할 수 있으며 우리의 성장과 번영을 막을 수 있는, 세계적으로 연결된 작은 스크린 감옥들에 갇혀 있다. 페이스북, 유튜브, 트위터, 인스타그램, 틱톡, 구글의 검색 알고리즘 등 소셜 미디어 플랫폼은 데이터 마이닝과 예측 알고리즘을 이용해 사용자의 확증편향을 심화시키고 양극화된 이분법적 사고를 유발하는데, 이는 경계선 성격 장애의 가장 큰 특징이기도 하다. 또한 소셜미디어는 '디지털 아편'이라는 비유에 걸맞게, 충동적이고 과민하고 극단적인 감정, 의존성, 우울감을 유발하여 사용자를 정적인 고립 상태로 이끈다. 정신 건강을 해치는 기술 중독은 디지털 세뇌와 행동 수정으로도 이어진다. 한마디로, 소셜 미디어는 절망사와 깊이 연관된 정신 이상 유발 플랫폼이다.

저자는 거대 기술기업과 소셜 미디어가 야기한 집단적 정신 건강의 위기에 대한 해결책으로 고대 철학의 지혜 전통을 강조한다. 기술 기업의 플랫폼은 우리의 사고능력을 약화시키고 극단적인 양극화 사고를 조장하며 섬세한 비판적 사고를 방해한다. 따라서 플라톤과 피타고라스 같은 고대의 현인들이 강조한 비판적 성찰법은 디지털 아편의 치료제가 될 수 있다. 저자는 피타고라스가 말한, 회복력과 윤리적 분별력을 갖춘 '철학자 전사'가 될 것을 요청한다. "철학자 전사의 요점은 자신을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철학적으로, 윤리적으로 훈련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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