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의 기술 - 세상을 움직이는 거짓말쟁이들의 비밀
마셀 다네시 지음, 김재경 옮김 / 21세기북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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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의 성공 비결은 한마디로 '구라'에 있다. 정치인의 인품과 개성보다도 언어 전략이 정치적 성공을 좌우한다. 정치인에겐 구라가 곧 능력이다. 기호학자 마셀 다네시는 악명 높은 정치 리더들의 구라들, 점잖게 말하면 언어 전략 혹은 수사적 전술을 파헤친다. 나라와 역사를 뒤흔들던 못된 정치인들을 '거짓말쟁이 군주'라고 부르고, 대중 선동에 능한 이들의 성공 비밀을 '거짓말의 기술'이라고 지적한다. 그리고 다소 맥빠지는 결론이지만, 거짓말의 기술을 파훼할 유일한 해결책은 진실과 논리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저자의 주요 탐구 대상은 트럼프와 트럼프 진영의 슬로건이다. 일테면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가짜 뉴스, 대안 사실, '오물을 퍼내자', '민중의 적' 등이다. 그리고 행동과 발언에서 트럼프와 공통점이 적지 않은 독재자 무솔리니와 히틀러가 양념으로 등장한다. 또한 대중 통제의 기술과 지배의 수사학과 관련된 다양한 문헌들이 소환되는데, 가령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조지 오웰의 『1984』, 월터 리프먼의 『여론』, 로버트 팩스턴의 『파시즘』, 에드워드 허먼의 『위선의 이면』, 동양고전 『손자병법』 등이 그러하다.

"말재간이 뛰어난 거짓말쟁이 군주는 기만적인 언어를 사용해 사람들의 머릿속에 현실을 가리는 안개를 드리우고, 그 대신 환상의 세계를 보여주어 정치 사회에 도덕적 혼란을 불러일으킨다. 주된 방법은 동일한 슬로건이나 캐치프레이즈를 끊임없이 반복하여 사람들의 정신을 마비시키는 것이다."(47쪽)

거짓말이 인격을 말살하는 위험한 무기라면, 거짓말쟁이 군주는 세상의 평화를 해치는 사악한 존재다. 사업가이자 배우이자 리얼리티 쇼 스타 출신인 트럼프의 당선은 미국의 지성인들과 딥스테이트 엘리트들의 끔찍한 악몽이었다. 트럼프는 노골적인 기만과 선동, 과장된 허언과 현혹, 뻔뻔한 유혹과 설득의 종합선물세트다.

저자가 다루는 '거짓말의 기술'은 다음과 같다. 아노미의 토양에서 만발한 소외감, 사이버 공간의 내부 냉전, '대안 사실'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은 허풍, 날조와 조작으로 역사를 호도하는 '작화', 오늘날 온라인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가짜 뉴스', 타인의 정신을 지배하고 인식을 왜곡하는 '가스라이팅' 등이다.

거짓말쟁이 정치꾼은 소외된 이들을 집중 공략한다. 사회심리학에 따르면, 소외란 "희망이 사라졌다는 생각 또는 사회가 나에게 관심이 없다는 생각이 들 때 품게 되는 고립감"이다. 즉 배후에 아노미와 소외감이 작동하면, '죄 많은 구원자'가 정치적 스타가 되곤 한다. 사이버 공간의 내부 냉전은 '분열시키고 정복하라'는 마키아벨리 전술에 충실하다. "적들의 힘을 분산시키고, 기존의 권력 구조를 해체하며, 민중 내에 대결 구도를 조성하는 것"이다. 가령 "트럼프의 발언은 지지자들을 응집시키는 신호, 상징적인 비유, 호전적인 구호 등 내부 냉전을 위한 수사적 전술로 가득 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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