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중국어를 배울 때만 해도 교재가 그리 다양하지 않았다. 고3 겨울방학 기간을 이용해 종로의 한 학원에서 중국어를 처음 배웠는데, 화교 출신의 왕 선생님이 가르쳤고, 교재는 《중국화 제1집》이었다. 그런데 이 교재와 중국어사전을 지하철에서 가방과 함께 분실하고 말았다. 요즘이야 다들 한어병음과 간체자로 익히지만, 나는 주음부호와 번체자로 입문한 세대다. 이제는 기초 중국어 교재가 너무 많아서 고르려면 한참을 뒤적여야 한다.
《해커스 중국어 첫걸음》은 왕초보 독학자를 위한 교재다. '중국어 기초 20일 독학 완성!'이라는 화끈한 광고 문구가 시선을 잡아끈다. 첫날과 둘째 날은 중국어 발음을 배운다. 한어병음으로 성모, 운모, 성조를 익히는데, 병음 위에 한글 독음이 달려있다. 총 21개의 성모를 쌍순음/순치음, 설첨음, 설근음, 설면음, 설치음, 권설음 여섯 유형으로 나누어 원어민 성우분이 해당 성모를 각각 두 번씩 읽어준다. 큰소리로 두 번씩 힘차게 따라 읽다보면 목이 아플 수 있다. 나는 여자 아이가 부르는 주음부호 노래로 발음을 익혔는데, 노래에 대한 소개가 없는 것이 조금 아쉽다. 맞다, 노래로 배우는 중국어도 인기가 있는데, 성조 마스터 편에 쉬어가는 코너로 타이완 가수 유약영의 〈후래(后来)〉 같은 명곡을 소개했더라면 어땠을까.
이 책의 가장 큰 특색은 단언컨대 '패턴으로 말문트기'다. 중국어 첫걸음 패턴 리스트는 형용사, 동사, 조동사, 부사, 명사, 과거, 상태 변화에 중점을 둔 회화 연습이다. 가장 비중이 큰 것은 당연히 동사 활용 패턴이다. 보다, 먹다, 가다, 마시다, 사다, 배우다, 쓰다, 읽다, 듣다, 하다, 걸다 등의 기초 동사는 물론, 부정문과 의문문, 제안문, 과거형까지 차근차근 배울 수 있게끔 했다. 또한 '실생활 회화 자동발사!'편은 현지 여행에 활용할 수 있다. '치맥하다'의 중국어 표현도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