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비탈에서 흔들리지 않도록 - 노년의 철학자가 산을 오르며 깨달은 것들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최린 옮김 / 와이즈맵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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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산에 오를까. 비우기 위해 오르는 이도 있고, 채우기 위해 오르는 이도 있다. 당신은 어느 쪽인가. 산은 움직이지 않는다. 산을 타는 이들이 움직일 뿐이다. 산은 흔들리지 않는다. 산을 타는 이들이 동요할 뿐이다. 산은 변치 않는 한마음이다. 하지만 산에 오를 때마다 우리 마음은 시시각각 변하곤 한다. 프랑스의 유명 작가 파스칼 브뤼크네르는 "산에 열광하는 사람들에게 산을 오른다는 건 다시 태어나는 것이고, 환희의 도가니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이라며, 산에서 배운 삶의 철학을 들려준다. 늙은 철학자에게 산은 여러 모습으로 다가온다. 일단 목가적이고 낭만적인 산, 다정하고 겸손한 산의 모습을 강조한다.

"나의 산은 친밀하고 겸손하며 부드럽습니다. 나는 그것이 주는 평화로움과 아름다운 색을 사랑합니다. 그 산은 인간에게 친근하고 비옥한 높은 계곡, 아름다운 눈으로 뒤덮인 계곡이 만들어내는 감상적인 풍광입니다. 그곳은 축제처럼 즐거운 분위기에서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작은 마을, 오두막이 있는 장소입니다."(39쪽)

한편, 산은 불안한 영혼의 단련장이기도 하고, 다친 마음의 치료약이기도 하다. 고난과 시련을 기쁨과 달콤함으로 승화시키는 그런 심신 단련장이 바로 산이다. 유격대 조교처럼, 산은 우리를 격려하는 만큼 우리를 겁먹게 만든다.

"몸의 고달픔을 기쁨으로 바꾸는 건 산이 지닌 수수께끼입니다. 우리는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고 힘을 보강합니다. 우리 의지가 벽에 부딪칠 때 그 의지를 반드시 관철시키게 만듭니다. 산을 오르는 건 금욕주의와 연관됩니다. 격하게 뛰는 심장, 불타는 듯한 폐, 자꾸만 발길을 흐트러뜨리는 연약한 무릎, 걸을 때마다 신발에 쓸려 찢어지는 발가락 등의 모든 고통은 목표를 향하기에 의미가 있습니다. 이것은 운명이자 평범한 등산객이 얻은 흔적입니다. 이것은 사랑이 새겨진 흔적, 근육을 통해 쌓은 지식입니다. 휴식이 마음을 약하게 만들 때 시련으로 강해집니다. 고생을 하지 않는 걷기란 그저 건강을 위한 산책일 뿐입니다."(54쪽)

산은 우리 인생과 매우 닮았다. 인생은 결코 수평적이지 않다. 마치 구불구불 비탈진 산처럼 상승과 하강이 있는 게 우리네 인생이다. 걸음마다 벽과 짐이 있고, 비탈마다 시련과 고뇌가 도사리고 있지만, 넘어선 만큼 각성과 성찰의 수준도 높아진다. 산은 우리를 확장시키고 고양시킨다. 우리를 우리 자신 너머로 들어 올리는 영혼의 공간이 바로 산이다. 궁극적으로, 산은 기적적인 부활이 기다리고 있는 숭고한 고난의 십자가다. 저자의 표현을 빌면, "등반은 종교적 행위나 마찬가지이며, 산은 성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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