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위에서 니체를 만나다 - 사람과 예술, 문화의 연결고리 다리에 관하여
토머스 해리슨 지음, 임상훈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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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는 연결고리다. 육지와 바다를 연결하고,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사람과 예술 문화를 연결하는 연결고리다. 심지어 삶과 죽음, 존재와 무를 연결하는 고리이기도 한다. 물리적 다리든 관념적 다리든, 인간은 언제나 다리에 관한 꿈과 소망을 간직하며 산다. 다리에 사랑이 개입하면 만남과 이별, 재회의 아이콘이 되고, 숭배와 정제된 의식이 첨가되면 바로 종교적 다리로 승격한다. 다리는 공간을 연결하는 동시에 분리한다. 연결고리인 다리가 끊기면 곧바로 단절과 불화가 시작된다.

철학자 게오르크 지멜은 「다리와 문」이란 에세이에서 "다리의 물질적 구조라는 형식적 특성을 넘어 역사적 결정 요소, 문화적 연관성, 상징적 함의까지 쉽게 확장될 수 있는 건축적 이해 모델을 정교한 개념적ㆍ상징적은유적 구도속에서 제시한" 바 있다. 문화연구 학자 토머스 해리슨의 『다리 위에서 니체를 만나다』(예문아카이브, 2023)는 지멜의 작업을 계승 확장한 버전이다. 다리와 문학, 음악, 영화, 역사, 철학 등을 아우르는 저자의 지적인 매력에 절로 감탄하게 된다.

독자들은 책 제목에 왜 니체가 등장하는지 궁금할 것이다. 그건 니체 사상의 핵심 키워드 가운데 하나가 바로 '다리'이기 때문이다. 니체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인간의 위대함은 그가 종착지가 아니라 다리라는 점에 있다"는 근사한 아포리즘을 남겼다. 인간을 동물에서 초인으로 가는 다리에 비유한 차라투스트라에 대한 일종의 오마주랄까. 실제로 니체는 자신의 역사적 소명을 인류의 정신문명사를 '니체 이전과 이후'로 양분할 수 있는 일종의 다리라는 사건에 비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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