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한우의 인물지 - 유소 『인물지』 완역 해설
이한우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7월
평점 :
인문학자 탄주 이한우의 동양고전 해석은 두드러진 특색이 있다. 바로 『논어』가 해석과 설명의 기틀이 된다는 점이다. 탄주는 『논어』의 편집 원칙이 '덕'과 '예'와 '인'이라는 세 가지 기둥이라고 설명한다. 가령 「위정」편과 「태백」편은 덕이 핵심이고, 「팔일」편과 「향당」편은 예가 핵심이며, 「이인」편과 「자한」편은 인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동양고전은 유불선을 막론하고 모두 제왕학의 교재로 삼을 수 있다. 그런데 탄주는 유불선 가운데 유난히 유가의 비조인 공자의 사상을, 특히 말을 이해하는 '지언(知言)'과 사람을 알아보는 '지인(知人)'을 제왕학과 리더십의 정수로 간주한다. 흥미롭게도, 『논어』의 마지막 구절이 바로 "말을 알지 못하면 사람을 알 수 없다"이다. 『논어』에서 지인지감이 가장 잘 드러난 대목은 「공야장」편과 「옹야」편이다.
탄주는 위나라의 명신인 유소가 쓴 지인술의 교과서인 『인물지』를 옮기면서도 공자 사상의 맥락에서 해석한다. 탄주가 보기에, 『인물지』는 한마디로 『논어』 지인지감의 확장 버전이다. 가령 공자의 인재론이 '문ㆍ행ㆍ충ㆍ신' 네 가지로 수렴된다면, 유소의 인재론은 '청절가ㆍ법가ㆍ술가ㆍ국체ㆍ기능ㆍ장부ㆍ기량ㆍ지의ㆍ문장ㆍ유학ㆍ구변ㆍ웅결' 열두 가지로 세분화된다. 이번 번역의 세심함은 『인물지』를 최초로 주해한 양나라 유림좨주 유병의 주석을 빠짐없이 실었다는 데서도 알 수 있다. 『삼국지』 「위지ㆍ유소전」에 따르면, 유소는 자가 공재로, 광평 한단 사람이다.
『인물지』는 사람을 제대로 알아보고 잘 쓰는 원칙을 구징, 체별, 유업, 재리, 재능, 이해, 영웅, 접식, 팔관, 칠류, 효난, 석쟁 등 열두 개의 주제로 설명한다. 구징(九徵)은 사람의 내면이 겉으로 드러나는 아홉 가지 징후다. 체별(體別)은 성격에 따른 구분이고, 유업(流業)은 유형에 따른 직분을 말한다. 재리(材理)는 탁월한 인재와 한 분야에 뛰어난 사람을 구분하고, 재능(材能)은 인재의 역량 파악과 배치를 다룬다. 이해(利害)는 인재를 쓸 때 고려할 이로움과 해로움을 논하고, 접식(接識)은 사람 알아보는 법을 다룬다. 영웅(英雄)은 큰일을 해내는 큰 인물인 영웅과 웅재에 관한 것이고, 팔관(八觀)은 사람을 살피는 여덟 가지 방법이다. 칠무(七繆)는 인재를 감별할 때 흔히 범하는 일곱 가지 오류이고, 효난(效難)은 사람을 알아보기 어려운 이유다. 석쟁(釋爭)은 성숙한 인재의 조건을 제시한다.
『인물지』가 뽑는 명군의 모범은 요(堯)임금이다. 요임금은 사람을 알아보는 밝은 눈을 가진 리더였다. 요임금을 표현하는 네 가지 덕을 '흠명문사'라고 하는데, 송나라 학자 진덕수는 『대학연의』에서 흠명문사를 "처리하는 일마다 경건으로 임하시며 밝게 처결하시고, 열렬히 애쓰고 깊이 생각했다"로 풀었다. 한편, 『인물지』가 뽑는 이상적인 곧은 신하는 중용(中庸)과 불벌(不伐)의 미덕을 갖춘 인재다. 공로를 세우고도 겸손해야 한다는 '노겸'과 자랑하지 않는다는 '불벌'이 직신의 주요한 특징이다.
"군주의 다움이란, 귀 밝고 눈 밝고 평온하면서도 담백해 여러 재능 있는 자를 두루 모아서 그들의 재능과 특성을 파악해 (적소에)쓰는 것이지 일을 스스로 떠맡지는 않는다. 이 때문에 군주의 도리가 제대로 세워지면 열두 가지 재능은 각각 그 떠맡아야 할 바를 얻게 된다."(90, 9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