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왜 불평등한가 - 도심재개발 젠트리피케이션 빈부격차
리처드 플로리다 지음, 안종희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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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유기체다. 다 자라면 부패하기 시작한다. 위기가 도시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해결책도 도시에서 나온다. 도시화가 일으킨 위기는 도시화의 새로운 틀과 전략으로 해결해야 한다. 세계적인 도시학자 리처드 플로리다는 도시와 도시화를 둘러싼 극단적인 두 입장을 절충한다. 낙관론자가 보기에, 도시는 혁신의 엔진이자 경제적ㆍ사회적 진보의 모델이지만, 비관론자는 도시가 불평등과 계층 분열의 온상이라고 비판한다. 저자는 1960, 70년대와 다른 '새로운 도시 위기'를 이해하고자 한다면, 상반된 두 입장을 모두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도시 낙관론자의 말대로, 도시화는 성장과 진보의 경제적 힘이며, 도시 비관론자의 말대로 도시화는 공간적ㆍ경제적 불평등과 계층 분리의 갈등을 낳는다. 도시의 순기능의 열매 속에 역기능의 씨앗이 이미 도사리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저자는 현대 자본주의를 지식기반 자본주의가 아니라 '도시화 지식 자본주의'로 부른다.

"도심공동화가 1960년대와 1970년대 도시의 위기를 상징한다면, 새로운 도시 위기의 특징은 중산층의 소멸이다. 아메리칸 드림의 실제적인 전형이었던 거대한 중산층과 안정적인 중산층 거주 지역이 소멸하고 있다."(31쪽)

이전의 도시 위기는 도시의 경제적 유기와 경제적 기능 상실로 벌어진 도심공동화 현상이다. 탈산업화와 백인들의 도시 탈출로 도시 중심부가 텅 비는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반면에 새로운 도시 위기는 과거보다 훨씬 더 심각하고 전면적이다. 저자는 새로운 도시 위기를 크게 다섯 가지 핵심 내용으로 정리한다.

▶승자독식 도시화

▶슈퍼스타 도시의 성공에 따른 위기

▶모든 도시와 대도시 지역에서 공통으로 발생하는 불평등과 분리, 등급화

▶교외지역에 나타나는 새로운 위기

▶개발도상국의 도시화 위기

소수의 슈퍼스타 도시들과 기타 도시들 간에 경제적 격차가 점점 확대 및 심화되고 있다. 뉴욕, 런던, 홍콩, 파리 같은 슈퍼스타 도시들은 세계를 선도하는 고부가가치 산업, 첨단 기술 혁신과 스타트업, 정상급 인재 보유 비율이 다른 도시에 비해 엄청나게 높다. 가령 런던 대도시권은 영국 인구의 12.7%에 불과하지만 영국 내 창조산업 직종의 40%를 담당한다. 현대의 도시 지배력은 대부분 창조산업과 문화접근성에서 나온다.

슈퍼스타 도시의 성공은 계층 분리의 원흉인 젠트리피케이션을 부른다. 주택 가격 상승, 부의 집중, 거대한 불평등에 따른 젠트리피케이션은 생산직과 서비스직 노동자들, 가난하고 불우한 사람들을 교외로 밀어내고, 이들은 슈퍼도시가 제공하는 경제적 기회, 서비스와 쾌적한 환경, 계층 상승 가능성을 박탈당한다.

예전에는 빈부 계층이 가난한 도시와 부유한 교외지역으로 나뉘었다. 그런데 지금은 안정적인 중산층 거주지역의 소멸로 인해서, 특권층이 사는 작은 지역과 가난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사는 넓은 지역이 도시와 교외지역에 똑같이 나타난다. 게다가 오늘날은 교외지역의 빈곤층이 도시의 빈곤층보다 훨씬 더 빨리 증가하고 있다.

개발도상국의 도시화는 속 빈 강정과 같다. 도시 낙관론자들은 도시화가 궁극적으로 개발도상국의 경제 성장, 생활수준 향상, 중산층 증가를 유발할 것으로 믿는다. 하지만, 오늘날 개발도상국에서 도시화와 생활수준 향상의 연결고리가 단절된 '성장 없는 도시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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