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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카운슬링 - 인생의 불안을 해소하는 10번의 사적인 대화
체사레 카타 지음, 김지우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3년 6월
평점 :
이탈리아 출신의 철학자 체사레 카타의 『셰익스피어 카운슬링』(다산북스, 2023)은 이른바 '셰익스피어 깊이 읽기'다. 능력 있는 철학자가 셰익스피어 작품을 깊이 읽으면 어떻게 되는지 잘 보여준다. 저자는 셰익스피어 작품을 깊이 읽으면 우리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고 더 나은 존재로 성장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다시 말해서, 깊이 읽기를 통해 주인공의 감정이나 관점을 이해할 수 있고, 주인공의 슬픔과 아픔에 감정이입하면서 우리 내면의 힘 혹은 영혼의 품격을 키우게 된다. 총 열 편의 셰익스피어 작품을 소개하고 있는데, 문학적 이해와 철학적 해석 그리고 사회학적 상상력이 상호 교차하는 독해의 깊이감을 제대로 보여준다.
영국이 낳은 대문호 셰익스피어는 '현상학자'처럼 무대 인물이 세계와 운명을 어떻게 경험하고 이해하는지 묘사하고, '심리학자'처럼 무대 인물 내면의 복잡한 감정과 역동적인 심리를 재현한다. 셰익스피어는 사랑, 질투, 애도, 분노, 배신 등 다양한 감정과 욕구가 인물 심리와 행동에 미치는 영향력은 물론, 삶과 죽음, 복수와 용서, 믿음과 불신, 연민과 두려움, 소통과 불통 사이에서 갈팡질팡 번뇌하는 인물 내면의 갈등을 천재적으로 묘사한다. 이를테면 멕베스, 오셀로, 리어왕, 리처드 3세처럼 탐욕에 휘둘려 어리석은 선택으로 타락하고 파멸하고 마는 주인공들이 있다. 독자는 비극적 상황에 말려든 주인공에 감정이입을 하게 되고, 그들의 성급한 판단이 초래한 불운한 결말을 평가하게 되고, 결국은 보다 성숙한 도덕적 능력을 발달시키게 된다.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불운의 주인공에게 '죽은 뒤 석잔 술보다 살아서 한 잔 술이 낫다'는 조언을 해주고 싶었던 적이 솔직히 여러 번이다.
로맨스 소설을 쓴다면 셰익스피어처럼 써보고 싶다. 셰익스피어의 러브 스토리는 크게 눈물을 무기로 삼는 비극, 웃음을 무기로 삼는 희극, 그리고 웃다가 울게 만드는 희비극이 있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눈물로 포장된 비운의 로맨스라면, 「헛소동」은 웃음과 유머로 포장된 명랑한 로맨스물이다. 두 작품은 전도된 거울 관계다. '천생연분 찾기'라는 로맨스물 특유의 테마에 원수 가문이라는 사회적 장애물과 티키타카를 일삼는 '안티 플러팅'이 사용된다.
「헛소동」은 독신주의 숭배자인 베네디크와 베아트리체를 등장시켜 증오가 사랑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리고 셰익스피어의 사랑 담론이 작품에 잘 녹아나 있는데, "사랑이란 결국 나를 제외한 모든 이가 보지 못한 무언가를 보는 것", 즉 무에서 무언가를 눈여겨보는 것이다.
"「헛소동」에 숨겨진 메시지 중 하나는 굳이 짝을 찾을 필요가 없다고 느낄 때, 비로소 자신에게 알맞은 짝을 알아볼 수 있다는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욕망에 눈이 멀어 잘못된 짝을 만나게 됩니다. 베네디크와 베아트리체처럼 혼자 춤을 추는 영혼을 가진 이들은 연인에 대한 기준이 높습니다. 비록 그로 인해 짝을 찾는 과정이 더 복잡하고 고통스러울 수 있지만 말입니다. 이들은 혼자서도 잘 지내기 때문에 진정으로 자신의 기준에 부합하는 짝이 아니면 선택하지 않습니다."(126쪽)
「헛소동」은 단순한 로맨스물이 아니라 베네디크와 베아트리체의 성장 서사다. 삶의 재미를 추구하는 독신남 베네디크가 '피터 팬 신드롬'에 걸린 캐릭터라면, 베아드리체는 '백마 탄 왕자님 신드롬'에 걸린 독신녀다.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성인 사회에 일원이 되기를 거부하는 남성"이 바로 피터 팬이고, 백마 탄 왕자님 신드롬에 걸린 여성은 마음속에 아무도 충족할 수 없는 완벽한 이상형이 있어 상대방의 단점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베네디크와 베아트리체의 자기실현이 이런저런 병리적 신드롬을 깨고 사랑 공포증을 극복하게 되는 근본적인 힘인 것이다.